1년 전에는 메이저리거였지만 그저 구성원에 불과했던 한 투수는 미지의 땅인 KBO리그에서 도전을 택했다. 도전을 결정하고 1년 뒤, 이 투수는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30)는 새로운 도전의 땅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페디는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1구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페디는 KBO리그 역사 위에 섰다. 페디는 이날 승리로 20승을 달성, 역대 22번째 20승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아울러 에릭 해커(2015년), 드류 루친스키(2020년)의 구단 최다승 기록(19승) 기록까지도 경신하면서 구단 최고 외국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아울러 이날 경기 전까지 198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던 페디는 6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204탈삼진을 기록, 역대 16번째 200탈삼진 대기록까지 완성했다.
무엇보다 20승과 200탈삼진 기록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페디 이전에 단 4명 뿐이었다. 모두 1980년대, KBO리그에 투수 분업화 개념이 없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기록들이었다. 1983년 삼미 장명부가 30승 220탈삼진으로 최초로 달성했다. 이후 1984년 롯데 최동원이 27승 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이 25승 201탈삼진을 거두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해태 선동열이 1986년 24승 214탈삼진을 기록했다.
페디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투구 내용으로 KBO리그 무대를 차근차근 평정해 나갔다. 마구로 불렸던 ‘스위퍼’는 한국 타자들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신무기였다. 사실 페디에게도 생소한 구종이었고 확신이 없었던 공이었다. 지난 겨울 개인 훈련을 함께하던 셸비 밀러(LA 다저스)에게 습득한 구종이었다. 이게 페디의 KBO리그 정복에 주요 이유가 됐다. 스위퍼의 그립과 KBO리그 공인구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더 위력적인 주무기가 됐다.
페디는 마구, 그리고 구위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타구단들이 공략법을 쉽사리 찾아내지 못했다. 8월 한 달 동안 2승4패 평균자책점 4.50(32이닝 16자책점)으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20승과 200탈삼진을 향해 순항했다. 경쟁자인 키움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아웃 되면서 페디의 독주 체제가 완성됐다.
20승은 2전3기 만에 성공했다. 지난달 26일 KIA전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노디시전, 1일 한화전 6이닝 6피안타 1사구 9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다시 한 번 호투를 펼쳤지만 또 노디시전으로 물러났다. 이후 체력을 비축하고 9일 만에 등판에 나섰고 재충전한 페디는 자신의 힘으로 20승을 쟁취했다.
그러나 낯선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했을 때, 마음 한 켠에는 기대감도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20승과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예견된 대기록이었을지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 때 당연히 기대를 했었다.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이 곳에 와서 기대에 걸맞는 대기록을 달성해서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도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라면서 힘주어 말했다.
결국 NC의 정규시즌 순위가 언제쯤 판가름 나고, 그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페디의 정규시즌 추가 등판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페디는 더 강한 NC의 일원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력해질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금 순위 경쟁을 하는 팀들이 NC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NC는 현재 강한 팀이다. 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상대 팀에게 조금 더 위압감과 위기감을 줄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