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충격의 2연패다. 벼랑 끝에 몰린 LA 다저스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업셋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다저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2-4로 졌다. 1차전 2-11 대패에 이어 홈에서 2경기 모두 내줬다.
경기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1~2차전 모두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됐다. 1차전 선발로 나선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는 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으로 커리어 사상 최악의 투구로 무너졌고, 2차전 선발 바비 밀러도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내려가면서 신인의 한계를 드러냈다. ‘MLB.com’에 따르면 단일 디비전시리즈에서 2명의 선발투수가 2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과 1999년과 2021년 보스턴에 이어 다저스가 역대 3번째.
정규시즌 때 활화산 같았던 타선도 차갑게 식었다. 애리조나 선발 메릴 켈리, 잭 갤런에게 막혀 1~2차전 모두 2득점에 그쳤다. MVP 출신 무키 베츠가 7타수 무안타 1볼넷, 프레디 프리먼이 6타수 1안타 2볼넷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타선 전체가 득점권에서 12타수 2안타로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시리즈 시작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100승62패(승률 .617)로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지구 2위 애리조나(84승78패 승률 .519)보다 무려 16승을 더 많이 거뒀다. 전력 차이가 뚜렷한데 막상 포스트시즌에선 2경기 내내 애리조나의 일방적인 우세 흐름으로 진행됐다.
‘ESPN’은 이날 경기 후 ‘다저스는 정규시즌을 지배하고 플레이오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는 습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저스는 지난해 NLDS에서도 와일드카드를 거쳐 올라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승3패로 패했다. 정규시즌에선 샌디에이고보다 22승이나 더 거뒀지만 큰 경기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승 차이 업셋 2위 기록. 앞서 2021년에도 NLCS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승4패로 무릎 꿇으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정규시즌에선 애틀랜타보다 18승이 더 많았다.
올해 애리조나에도 이대로 무너진다면 3년 연속 업셋의 희생양이 된다. 야구는 변수가 큰 종목이고, 단기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야구의 특성이지만 이렇게 다저스가 무기력하게 밀릴 줄은 누구도 몰랐다. 다저스 선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SPN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나와 프리먼에게 주어진 역할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자책했다.
프리먼은 “우리 스스로에게 큰 좌절감을 주고 있다. (5회 2사 1,3루) 볼카운트 1-1에서 (파울이 된) 3구째 커터를 놓친 게 아쉽다. 그런 걸 놓치면 잠을 못 잔다. 아마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며 괴로워했다.
맥스 먼시도 “정말 나쁜 경기였고, 짜증밖에 나지 않았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며 “애리조나는 결정타를 쳤다. 플레이오프에선 그게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 순간 쳐야 한다. 애리조나는 그걸 여러 번 해냈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책임이다”고 인정했다.
역대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홈 1~2차전을 내준 31개팀 중 3개팀만이 3~5차전을 모두 이겼다. 역스윕 확률 9.7%. 2001년 뉴욕 양키스, 201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1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낮은 확률을 극복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리 팀원 중 상당수가 탈락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투구와 타격으로 다음 3경기를 이겨야 한다. 우리는 3연승을 해본 적이 있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3차전을 이기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각본을 뒤집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츠도 “우리 모두 좌절감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것밖에 없다. 실망스럽지만 뒤로 넘기고 나아가야 한다.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아쉬워할 순 없다”고 반격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