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승리 보증 수표였던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한화)의 기세가 갈수록 꺾이고 있다. 후반기에 고전을 거듭하면서 내년 재계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체스는 지난 9일 창원 NC전에 선발등판, 4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무자책)을 기록했다. 2회 자신의 송구 실책, 3회 2루수 문현빈의 포구 실책이 겹쳐 4실점 모두 비자책점으로 처리됐지만 산체스의 투구도 날카롭지 못했다. 한화도 6-2로 앞서던 경기를 6-11로 역전패했다.
산체스의 5회 부상 강판이 뼈아팠다. 5회 선두타자 최정원 상대로 던진 2구째, 이날 경기 92구째 공을 던진 뒤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다. 선발 로테이션상 남은 시즌 한 번 더 등판이 가능하지만 부상 상태에 따라 어쩌면 산체스의 올해 마지막 등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지난 4월20일 한화와 연봉 40만 달러에 계약한 산체스는 5월11일 대전 삼성전에 데뷔했다. 이후 7월1일 대구 삼성전까지 첫 9경기(48⅔이닝)에서 5승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다. 산체스가 선발로 나선 9경기에서 한화는 8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아 ‘승리 보증 수표’로 떠올랐다.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로 준수한 제구력과 빠르고 공격적인 투구 템포로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좌타자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땅볼 유도 능력도 보여줬다. KBO리그에 빠르게 연착륙하며 펠릭스 페냐와 함께 외국인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한 산체스는 6월말부터 한화의 8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7월8일 대전 SSG전에서 3이닝 8실점(7자책)으로 첫 패를 당한 뒤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투구 동작에서 습관이 노출되자 수정 작업을 통해 보완했지만 결정구 부재에 따른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낯설음이 무기였지만 시즌이 갈수록 공이 눈에 익으면서 공략을 당했다. 처음보다 인터벌도 갈수록 길어지는 등 자신만의 장점도 조금씩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최근 15경기(77⅓이닝) 성적은 2승8패 평균자책점 5.24. 시즌 첫 9경기와 비교해 평균자책점(1.48→5.24), 피안타율(.225→.300), 피OPS(.521→.823)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첫 9경기에서 피홈런이 단 하나도 없었는데 이후 15경기 13피홈런으로 장타 허용이 급증했다. 시즌 전체 성적은 24경기(126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79.
한화는 산체스와 재계약에 무게를 뒀다. 한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했고, 26세 젊은 나이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선수 스스로도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충만한 점도 긍정적이었다. 비시즌과 스프링캠프 때 체인지업을 다듬으면 훨씬 더 좋은 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흐름이라면 재계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달 중순 외국인 선수 재계약과 관련해 “리그 평균 이상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평균 이상 선수가 있는데 더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 바꾸다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급 선수를 데려오려다 평균 이하를 데려올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라며 “페냐와 산체스가 특급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투수 28명의 도합 평균자책점은 3.47. 이 기록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페냐(3.67), 산체스(3.79) 모두 평균치에서 근소하게 떨어진다. 시즌 막판 재계약에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데 갈수록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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