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고, KT도 2위 확정 매직넘버가 ‘1’로 줄어들었다. 2위까지는 확정적이지만 3위 자리는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3개팀이 승차 없이 붙으면서 마지막까지 감독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해졌다.
지난 9일까지 KBO리그 3위 두산(71승63패2무), 공동 4위 SSG(72승64패3무), NC(72승64패2무)가 승차 없이 딱 붙었다. 승률 1리가 앞선 두산(.530)이 3위이고, SSG와 NC는 승률(.529)도 같다. 시즌 전체 일정의 96.8%를 소화한 막판인데도 3·4·5위는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잔여 시즌 8경기로 가장 많이 남은 두산이 일단 칼자루를 쥐고 있는 모양새. 8경기를 모두 이기면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할 수 있다. 지난 7월 팀 역대 최다 11연승을 질주한 두산은 지금까지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낸 팀이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8경기 전승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10일부터 17일까지 8일 연속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어 가장 불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등에 담 증세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토종 에이스 곽빈의 몸 상태도 변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생각하면 무조건적인 총력전도 어렵다. 상황에 따른 벤치의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
5경기로 가장 적게 남은 SSG가 일정상 가장 유리하다. 최근 팀 흐름이나 분위기도 가장 좋다. 9월에 리그 최악의 성적을 내며 5위 자리도 위태로웠지만 한유섬을 중심으로 타선이 폭발하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최근 10경기 8승2패로 확실히 반등했다.
일정상 남은 5경기에서 에이스 김광현을 두 번이나 선발로 쓸 수 있다. 3일 연속 경기도 없어 모든 경기에 투수력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높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주전 유격수 박성한, 중견수 최지훈의 합류도 긍정적인 요소.
6경기 남은 NC도 일정상 나쁘지 않다. 외국인 원투펀치 에릭 페디와 태너 털리가 2경기씩 선발등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함이 있다. 최근 10경기 3승7패로 흐름이 좋지 않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불펜 필승조 김영규, 주전 유격수 김주원, 포수 김형준의 복귀로 숨통이 트였다.
NC가 4승2패를 한다고 가정하면 SSG는 4승1패, 두산은 6승2패를 해야 더 높은 순위가 된다. 무승부가 같은 두산과는 동률시 상대 전적(8승7패)에서 앞서있는 NC가 유리하다. 최종 맞대결 패배시 8승8패로 같아지지만 현재 다득점에서 NC가 두산에 12점이나 앞서 동률시 상대 전적 우위를 점한다. 다득점마저 동률이 되더라도 전년도 성적에서 앞선 NC가 두산보다 위에 놓인다.
최대 관건은 역시 맞대결에서 결과다. 12일 잠실 NC-두산전, 16~17일 잠실 SSG-두산전, 문학 두산-SSG전이 최대 승부처로 예상된다. 워낙 촘촘하게 붙어있다 보니 시즌 마지막 날인 17일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 승부가 될 수 있다.
감독들의 머리 싸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게 최고이지만 4~5위로 밀려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총력전을 하다 실패하면 가을야구가 일찍 끝날 수 있는 불리한 위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무조건 3위에 올인하는 것도 큰 리스크가 따른다. 감독들의 냉정한 판단 또는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
올해 부임 3년차인 김원형 감독은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강인권 감독은 부임 첫 해 초보 감독이지만 코치 시절부터 경험이 풍부하고,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마지막까지 5위 싸움을 펼쳤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 자리에 오른 이승엽 감독은 초보 지도자이지만 현역 시절 수많은 승부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모두 결단력과 승부사적 감각을 갖춘 감독들이다.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야 한다. 준플레이오프 직행은 물론 가을야구 전체 판도를 좌우할 감독들의 머리 싸움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