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의 에이스로 각광받았던 곽빈(24)은 왜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을까. 그는 왜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자신의 SNS에 사과의 글을 남긴 것일까.
2018 두산 1차 지명에 빛나는 곽빈은 올 시즌 22경기 11승 7패 평균자책점 2.97 호투 속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회 전 곽빈의 의지는 결연했다. 양의지, 김재환 등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선배들을 붙잡고 연일 조언을 구했고, 대만리그 경험자인 브랜든 와델에게도 다가가 대만 타자들의 특성을 물었다. 곽빈은 취재진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내 영혼을 바치겠다”라는 비장한 각오까지 전했다.
곽빈은 9월 말 고척돔 소집훈련에서 문동주, 박세웅과 함께 대표팀의 선발진을 이끌 핵심 전력으로 분류됐다. 불펜피칭부터 어마어마한 구위를 선보이며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금메달의 분수령이 될 조별예선 대만전 선발 유력 후보로 꼽혔다.
9월 28일 결전의 땅인 항저우로 출국한 곽빈은 10월의 첫날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홍콩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를 준비하던 도중 우측 날개뼈 부위에 담 증상이 발생했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튿날 몸살 기운까지 더해지면서 링거 및 근육이완제 주사 3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중일호가 예선을 통과해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상황. 곽빈은 어떻게든 마운드에 올라 대표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이에 6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 앞서 근육을 이완시키는 침술 치료까지 받았다.
곽빈은 마침내 부상을 털고 7일 슈퍼라운드 중국전부터 불펜 대기했다. 다시 날개뼈 부위에 통증이 발생했지만 진통제 3알을 복용했고, 7일 대만과의 결승전 2회부터 불펜에서 팔을 풀며 출격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결승전이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면서 곽빈은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더라도 대회 기간 동안 한 번도 등판하지 않은 투수를 접전에 투입시킬 순 없었다. 그렇게 곽빈은 등판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곽빈은 금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 자신의 SNS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팀원들을 향한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박영현, 최지민 등 대표팀 동생들이 “사랑합니다. 마음고생 심했는데 수고했어요”라고 선배의 마음을 다독였고, KBO리그의 대선배인 양현종, 박건우 또한 댓글을 통해 박수를 보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곽빈의 부상을 아쉬워하면서도 금메달이라는 성과에는 큰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곽빈이 갑자기 담이 걸렸다. 우리도 매일 체크를 했는데 담 때문에 못 던져서 아쉽다”라며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다. 팀이 잘 되면 선수들이 부진하더라도 모든 게 잊혀진다. 열심히 준비하고 더그아웃에서 응원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곽빈은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이 감독은 “선수 본인과 이야기해보고 등판 일정을 잡을 것이다”라며 “다음 주 한 번 정도는 등판하지 않을까 싶은데 본인 의중이 중요하다. 또 팀으로 봤을 때는 1경기를 꼭 던져줘야 한다. 아시안게임 경기에 안 나갔지만 중국전, 대만전 모두 불펜 대기는 했다. 경기에 던질 몸은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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