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수도 없이 호수비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 계보를 이은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이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2010 광저우 대회 이후 4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류중일 감독은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너무 고생 많이 했다. 너무 어렵게 금메달을 딴 것 같다. 나이 제한도 있었고 전력이 조금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좋았다”고 금메달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금메달 획득과 성공적인 세대 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류중일 감독은 “세대 교체를 잘 이뤄낸 것 같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가대표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다음 대회부터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애정 어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다른 팀들도 전력이 많이 올라 온 것 같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잘 되어 있는 팀이다. 대만은 7~10년 전보다 투수력, 수비력, 타격이 한층 더 올라왔다. 앞으로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또 “우리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KBO리그를 보면 투수력은 좋은데 수비에서 실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또 주루 플레이에서도 실수가 많다. 그런 부분을 점점 줄여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비를 등한시해온 한국 야구의 구조와 풍토가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투수들의 구속은 나날이 증가하고, 그에 맞춰 타격 기술도 발달하는데 수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현장 지도자들은 기본기 부족을 말한다. 프로에 처음 들어온 신인들을 받으면 수비 기본기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에서는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으로 훈련 시간이 부족한데 그 시간마저 타격에 집중하다 보니 수비 연습할 시간이 극히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이런 분위기는 프로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는 타격을 잘해야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말로는 수비를 말해도 결국 방망이에 조금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야구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류중일 감독이 지적한 대로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 아무리 타자가 잘 치고 투수가 잘 던져도 소용없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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