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FA 계약이 끝난 투수 류현진(36)과 동행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토론토가 재계약 의사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관건은 역시 FA 계약 조건이다. 토론토는 물론 다른 팀들의 제안도 들어보고 최종 결정할 류현진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잔류를 결정할 수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스포츠넷’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시즌 결산 기자회견을 가진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투수 류현진, 3루수 맷 채프먼, 1루수 브랜든 벨트,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 등 팀에서 FA로 풀리는 주요 선수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앳킨스 단장은 “우리는 채프먼, 벨트, 키어마이어가 그리울 것이다. 내외부에서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기회를 볼 것이다”며 “류현진을 제외한 투수 대부분이 내년에 돌아온다. 알렉 마노아도 돌아오고, 류현진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FA 선수 중 유일하게 류현진과 동행 의지를 보였다. 앳킨스 단장은 지난 2019년 시즌 후 4년 8000만 달러에 류현진을 직접 FA 영입한 인물이다.
특급 FA로 평가되는 채프먼은 “토론토와 재계약에도 열려있다”고 말했지만 치솟을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팀을 떠날 게 유력하다. 캐번 비지오, 산티아고 에스피날 등 3루수로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자원들이 토론토 내부에 있어 채프먼을 붙잡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벨트는 “올해 35살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두 아들이 있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우리 가족이 모두 힘들어진다”며 현역 은퇴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키어마이어는 “쉬면서 내게 관심 있는 팀들이 있는지 들어보겠다”며 다른 팀들의 오퍼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둘 다 토론토의 우선 순위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앳킨스 단장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고 싶다”며 미국 잔류 의지를 보인 류현진과 재계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기쿠치 유세이로 이어지는 1~4선발, 올해 부진하긴 했지만 영건 마노아까지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하다. 류현진을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류현진과 재계약 의지가 낮을 것으로 보였지만 앳킨스 단장은 뎁스 유지 차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을 류현진에게 제시할지가 토론토 잔류의 관건이다. 앳킨스 단장이 ‘대안(alternative)’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류현진을 뎁스 강화용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어느 팀이든 선발이 구멍나면 비상이고, 대체 자원을 최대한 쌓아놓아야 한다.
하지만 ‘대안’ 수준의 선발에게 FA로 고액 연봉을 제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토론토에선 5선발이었지만 3점대(3.46) 평균자책점이라면 다른 팀에서 충분히 3선발급으로 분류될 만하다. 물론 30대 중반의 나이와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토미 존 수술은 복귀 2년차 시즌에 정상 궤도에 오른다는 점에서 내년 상승 요소가 더 크다는 점도 반영돼야 한다.
만약 앳킨스 단장이 류현진을 선발 뎁스 강화를 위한 ‘대안’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토론토와 재결합 가능성은 낮다. 최근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았는데 류현진처럼 검증된 베테랑 선발 자원은 못해도 연봉 800만 달러 이상 계약을 따냈다.
지난겨울 43세 최고령 투수 리치 힐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1년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39세 잭 그레인키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1년 8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37세 코리 클루버, 조니 쿠에토도 나란히 1년 계약으로 각각 1000만 달러, 850만 달러를 받았다. 실적이 있는 선발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원하는 팀이 있었고, 류현진에 대한 수요도 충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