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노시환(23·한화)에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창원으로 내려간 노시환은 9일 창원 NC전부터 KBO리그 경기에 나선다. 홈런 2위 최정(36·SSG)이 2개 차이로 따라붙으면서 마지막까지 1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시환은 지난달 22일 대전 키움전을 끝으로 AG 야구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자리를 비웠다. 이때까지 노시환은 홈런 31개로 2위 최정(26개)에 5개 차이로 비교적 넉넉하게 앞선 1위였다. 그러나 16일의 공백 기간이 적잖았고, 최정이 워낙 몰아치기에 능한 베테랑이라 어떻게 될지 몰랐다.
AG 소집 후 인터뷰에서 노시환은 “홈런왕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다. 내가 없는 동안 최정 선배님이 몇 개나 더 치실지 모르겠지만 많이 못 치셨으면 좋겠다”며 웃은 뒤 “대표팀에서 돌아오면 바로 겨기에 뛸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홈런 1위 사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노시환의 바람대로 최정은 한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AG 차출 이후 13일간 홈런이 없었다. 이 기간 허리 통증을 호소한 최정은 6경기를 결장하며 4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대로 노시환의 1위가 굳어지는가 싶었지만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 6일 문학 한화전에서 이태양에게 시즌 27~28호 연타석 홈런을 치며 침묵을 깼다.
이어 8일 창원 NC전에서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하준영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9호 홈런. 3경기 만에 홈런 3개를 몰아치며 노시환을 2개 차이로 쫓았다. 장타율은 8일부로 최정(.5489)이 노시환(.5485)을 근소하게 역전하며 1위 자리를 빼앗았다.
SSG와 한화 모두 남은 시즌 5경기밖에 없다. 여전히 노시환이 유리하지만 최정의 몰아치기 역사를 보면 2개 차이는 모른다. 최정은 2016년(40개), 2017년(46개), 2021년(35개) 3차례 홈런왕에 올랐는데 모두 시즌 막판 몰아치기가 있었다.
2016년에는 8월 이후 리그 최다 1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9홈런에 그친 에릭 테임즈(당시 NC)를 따라붙어 공동 홈런왕이 됐다. 시즌 최종전 때 40홈런을 딱 채웠다. 2017년에도 9월 이후 8개를 치며 1위를 굳혔다. 당시 2위 윌린 로사리오(당시 한화)가 9월 이후 4개에 그친 사이 9개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021년에는 9월까지 나성범(당시 NC)이 30홈런, 최정이 29홈런으로 1개 차이로 뒤졌지만 10월 들어 최정이 6개, 나성범이 3개를 추가해 최정이 2개 차이로 역전하며 홈런왕에 등극했다.
최정이 홈런 감을 잡은 상황에서 노시환에겐 9~10월 창원 NC전, 14~16일 대전 롯데전 남은 5경기가 중요하다. AG 6경기에서 홈런은 없었지만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6타점 8볼넷으로 감이 괜찮다. 2루타, 희생플라이도 2개씩 있었다.
노시환이 최정의 추격을 뿌리치고 홈런 1위를 지켜내면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0~1992년 장종훈(28개·35개·41개), 2008년 김태균(31개)에 이어 한화 소속으로 홈런왕이 되는 역대 3번째 선수가 된다.
99타점으로 이 부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노시환은 2위 LG 오스틴 딘(92타점)에 7점 차이로 앞서있다. AG 기간 오스틴이 3타점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1위가 유력해졌다. 한화 소속 타점왕은 빙그레 시절인 1989년 유승안(85점), 1990~1992년 장종훈(91점·114점·119점) 2명만이 누린 영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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