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기대를 모은 가장 큰 이유는 ‘빅4’의 존재였다.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외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 등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강타자 4명이 한 팀에 뭉쳐 기대감이 폭발했다.
그러나 빅4의 활약이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마차도는 5월에 사구로 왼쪽 손바닥 쪽에 미세 골절상을 입었고, 8월 들어선 테니스 엘보로 불리는 팔꿈치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보가츠도 5월초부터 7월초까지 손목 염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 여파로 타격 성적이 예년보다 떨어졌다.
부상과 금지약물 징계로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쉬었던 타티스도 복귀 전 같은 활약을 못했다. 소토가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혼자서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즌 내내 5할 승률을 밑돈 샌디에이고는 제대로 된 순위 싸움도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돈값 못하는 빅4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도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빅4에 크게 의존하던 팀은 파멸을 맞이했다. 빅4 중 소토만 OPS .790을 넘었다’며 ‘샌디에이고 라인업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소 400타석 이상 나서며 조정 OPS 평균 이상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가 빅4와 김하성까지 5명뿐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부진했던 것이 뼈아팠다. 트레트 그리샴(.198)이 2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리 없었다. 맷 카펜터와 넬슨 크루즈의 지명타자 조합은 타선의 구멍이 됐다. 게리 산체스, 루이스 캄푸사노 등 포수들이 평균 이상 활약을 했을 뿐이다’며 나머지 주전 타자들의 부진도 꼬집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려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슈퍼스타 4명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팀을 구성하진 않는다. 김하성이 한 것을 보라”며 빅4는 아니지만 또 다른 핵심 선수로 올해 맹활약한 김하성을 언급했다.
이어 프렐러 단장은 “크로넨워스, 그리샴, 캄푸사노, 산체스 등 1번부터 9번까지 우리도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의 로스터를 보면 상위 4~5명이 아주 좋은 성적을 낸 팀이 있는가 하면 13명의 야수 밸런스와 조화가 좋은 팀도 있다. 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프렐러 단장으로선 내년 로스터 구성에 있어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빅4의 동반 폭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당연히 성적은 오르겠지만 올해처럼 부상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안 풀릴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뎁스를 강화하고, 로스터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느 자리에서든 제 몫을 할 수 있는 김하성 같은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