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의, 문동주에 의한, 문동주를 위한 무대였다. 문동주(20·한화)가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대만에 설욕했다. '대한민국 10년 에이스' 등장을 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 혜택까지 받아 탄탄대로 커리어가 활짝 열렸다.
문동주는 7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대만을 압도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도 문동주의 호투에 힘입어 대만을 2-0으로 제압, 조별리그 패배를 설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4회 연속으로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대회 포함 6번째 금메달이다.
한국 타선은 2회 2점을 냈지만 경기 내내 대만 투수들에게 끌려다녔다. 하지만 한국 마운드에는 문동주가 있었다. 지난 2일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4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였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안았던 문동주는 이날 6회까지 1점도 주지 않으며 경기를 지배했다.
1회 대만 1번 쩡종저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맞고 시작했지만 후속 3타자를 범타로 잡고 첫 이닝 위기를 남겼다. 160km대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로 3~4번 린리와 린안커를 각각 유격수 땅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자 한국 타선도 2회 김주원의 희생플라이와 상대 폭투로 2점을 내며 문동주를 도왔다.
득점 이후 실점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한데 2회 문동주가 삼자범퇴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강력한 직구로 윽박지르다 린즈하오에겐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다. 3회에도 쩡종저에게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션하오웨이를 몸쪽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요리하는 등 나머지 3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웠다.
4회에는 린리, 린안커를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 5회에도 5회에도 내야 땅볼 2개와 뜬공 1개로 연이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한국 타선이 추가점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도 문동주가 대만 타선을 봉쇄하며 경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6회가 이날 경기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1사 후 쩡종저에게 우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했다. 대만 우쓰시엔 감독이 어필했지만 홈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1회 이후 첫 득점권 위기였지만 문동주는 린즈웨이를 변화구로 유인해 3구 삼진 처리한 뒤 린리를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연속 삼진으로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한 순간 문동주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대한민국 에이스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2003년생 동갑내기인 대만 좌완 선발 린위민도 5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문동주의 압도적인 투구에 묻혔다. 지난 2일 조별리그 한국전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하며 문동주를 눌렀지만 5일 만에 이뤄진 재대결에서 졌다. 짜릿한 설욕으로 문동주의 에이스 대관식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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