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면 홈런, 수비면 수비 못하는 게 없다. 과거 대표팀에서 대형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강정호(전 피츠버그)와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향기가 난다. 주인공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김주원(NC)이다.
유신고를 졸업한 뒤 2021년 NC에 입단한 김주원은 지난해부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를 달성하며 대형 유격수의 탄생을 알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중국과의 슈퍼 라운드 2차전에서 선제 투런 아치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8-1 승리에 이바지했다.
7번 유격수로 나선 김주원은 0-0으로 맞선 2회 무사 1루서 중국 선발 왕웨이이와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수비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2회말 수비 때 선두 타자 코우용캉의 안타성 타구를 재빨리 잡아내 1루로 던져 마운드에 선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주원은 경기 후 “국제 대회에서 홈런을 터뜨려 기분이 좋았고 신기했다. 컨디션은 항상 최고다. 안 좋아도 다시 끌어올리려고 하고 한다”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중요하다. 저도 모르게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2회말 수비 때 그림 같은 수비를 선보였던 그는 “타구가 (원)태인이 형 쪽으로 가자마자 달렸고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아 전력을 다해 쫓아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가을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에게 아시아게임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은 “이렇게 큰 무대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건 운이 좋아서다. 잘하려고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잘 따른 것 같다”면서 “어제 경기를 앞두고 (박)민우 형과 영상 통화를 했었다. 민우 형이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한국은 중국을 꺾고 결승 무대에서 대만과 다시 만난다. 김주원은 “선발 출장 기회를 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또 나오게 된다면 매 타석 매 구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주원의 스윙 궤적이 좋다”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류중일 감독은 중국전 승리 후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선발 원태인이 6회까지 잘 막았고 포수 김형준의 리드도 좋았다”면서 “경기 초반 김주원의 2점 홈런이 좋았고 무엇보다 강백호가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김주원과 강백호의 홈런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때려내며 중국 마운드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류중일 감독은 타선의 회복세를 반기며 “내일 마지막 경기인데 타선이 내일까지 잘 터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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