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진짜 원투 펀치는 박세웅과 원태인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곽빈과 문동주를 두고 “우리 팀의 에이스”라고 강조하며 원투 펀치의 활약을 기대했다. 문동주 또는 곽빈을 4회 연속 우승을 향한 최대 승부처인 대만전 선발로 저울질했다.
결국 2일(이하 한국시간) 대만전 선발로 문동주가 낙점됐고 4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며 비교적 잘 던졌다. 하지만 타선이 침묵했고 8회 5번째 투수로 나선 고우석이 2점 더 내주는 바람에 0-4 첫 패배를 맛봤다. 곽빈은 담 증세로 슈퍼 라운드 2차전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대만에 덜미를 잡혔지만 홍콩과 태국을 제압하고 B조 2위로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표팀 투수 가운데 국제 무대 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세웅과 원태인이 슈퍼 라운드 2승을 책임졌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숙적 일본과의 슈퍼 라운드 첫 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1회 1사 1,3루 위기에 몰렸으나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박세웅의 완벽투를 앞세워 일본을 2-0으로 제압했다.
박세웅은 경기 후 “이제 (우승까지) 2승 남았다. 오늘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어 너무 기쁘다. 남은 경기에서 제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덕아웃에서든 젊은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WBC 체코전에서도 그랬고 중요한 상황에서 나가는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저를 뽑아주신 거다. 중요한 역할을 잘 소화해 스스로에게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야구 변방’이었던 중국은 3일 일본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3전 전승으로 A조 1위로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다.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원태인은 6일 중국전 선발로 나서 에이스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고 152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단 한 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고 6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그동안 주춤했던 타선도 모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주원과 강백호가 홈런을 터뜨리는 등 장단 16안타를 때려내며 중국 마운드를 격파했다. 한국은 중국을 8-1로 꺾고 결승에서 대만과 다시 만나게 됐다.
원태인은 경기 후 “(3월 13일) WBC 1라운드 중국전(1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에서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해 복수하고 싶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고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또 “일본을 이겼다는 건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격력이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방심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다”면서 “스피드보다 볼넷을 내주지 않는 게 목표였는데 무사사구 경기를 펼친 게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세웅과 원태인은 결승전 등판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팀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박세웅은 “아시아게임은 아마추어 선수들도 나오는 경기다. 저도 학창 시절 하루 던지고 다음날에 던졌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상황에 맞게 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내일(7일)은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며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