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연봉 팀(개막 기준 3억5500만 달러)이었으나 포스트시즌 근처에도 가지 못한 뉴욕 메츠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벅 쇼월터 감독이 사임한 데 이어 빌리 에플러 단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성적 부진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
메츠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에플러 단장의 사임을 알렸다. 시즌 후 새롭게 부임한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운영사장이 지난 3일 공식 취임하며 에플러 단장과 동행을 기대했는데 그로부터 3일 만에 사임해 궁금증을 낳았다.
4년 계약 기간 중 2년을 남겨놓고 자리에서 물러난 에플러 단장은 “스턴스 사장이 깨끗하게 새출발하길 바랐고, 그것은 내가 물러나는 것을 의미했다. 메츠 조직 전체가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야구 운영 리더십을 스턴스 사장에게 완전히 넘겨주는 게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해 에플러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메츠 구단을 대표해 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5~2020년 LA 에인절스 단장을 지낸 에플러 단장은 일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앤서니 렌던을 FA 영입하며 마이크 트라웃과 역대 최고액 계약(12년 4억2650만 달러)을 맺었다. 에인절스에서 성적 부진으로 해고된 뒤 2022년 메츠로 옮긴 에플러 단장은 맥스 슈어저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팀을 가을야구로 견인했다.
올해도 저스틴 벌랜더, 센가 고다이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을 계속 했지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75승87패 승률 .463)로 기대를 한참 밑도는 성적을 냈다. 시즌 후 코헨 구단주가 프런트 최고 책임자로 스턴스 전 밀워키 브루어스 사장을 영입하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쇼월터 감독에 이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에플러 단장이 물러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ESPN’은 ‘에플러 단장이 이른바 유령 부상자 명단 사용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로 사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에플러 단장은 가짜 부상으로 아프지 않은 선수를 설득해 부상자 명단에 올린 뒤 다른 선수들을 로스터에 올려 활용했다.
마이너 옵션이 없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기 위해선 양도 지명(DFA)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팀 클레임이 있으면 선수를 잃게 된다. 부상자 명단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선수를 보유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쓸 수 있다. 선수도 부상자 명단에 있는 기간에는 서비스타임과 메이저리그 연봉, 40인 로스터를 보장받을 수 있어 팀에 마음이 떠나지 않은 이상 나쁠 게 없다.
메츠는 올해 25명의 선수가 28차례에 걸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리그 전체 16위로 평균 수준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유령 부상자 명단이 사임할 만한 위법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리그 차원에서 꼼수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과거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관련 사안을 조사했지만 이에 따른 처벌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써 메츠 단장 잔혹사가 또 한 번 쓰여지고 말았다. 메츠는 지난 2021년 1월 제러드 포터 단장이 과거 여기자 성추행 혐의로 부임 38일 만에 해고된 바 있다. 포터 단장은 취임 후 올스타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2016년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디렉터 시절 외국인 여기자에게 외설적인 문자와 사진을 보낸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