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천재 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영입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구단 총 책임자도 이정후를 극찬하며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정후 영입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자이언츠 토크’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알렉스 파블로비치 기자는 1대1 인터뷰를 통해 자이디 사장에게 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나오는 일본의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와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자이디 시장은 “둘 다 정말 굉장한 선수들이다. 이정후는 한국 시절 팀 동료였던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성공한 게 그의 프로필을 더 높여줄 것 같다. 우리는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해 이정후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많은 시간 결장했지만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에 차려진 키움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캠프 현장을 찾아 이정후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다. 시즌 개막 후에도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찾아 이정후 스카우팅 작업을 이어갔다. 타선 보강이 필요하고, 외야도 약해 이정후에게 관심이 높을 팀으로 꼽혔는데 자이디 사장도 이날 인터뷰를 통해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디애슬레틱’은 ‘FA 시장에서 중견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와 지난해 KBO MVP를 수상한 25세 중견수 이정후는 샌프란시스가 원하는 몇 안 되는 야수들이다’며 오프시즌에 젊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야수를 찾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젊고, 스피드를 갖춘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필요로 하는 유형에 딱 들어맞는 선수다.
자이디 사장이 김하성까지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7~2020년 키움에서 4년간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은 것도 파악한 자이디 사장은 포지션이 다르지만 같은 KBO리그 출신으로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성공이 이정후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와 함께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다. 과장된 표현처럼 들리겠지만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며 “야마모토와 이정후 모두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다. 몇 달 내로 포스팅될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는 말로 영입 경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영입한다면 큰 규모의 장기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이디 사장은 “오랫동안 함께할 선수들의 안정성을 높이고 싶다”며 “야수 쪽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수가 나오고,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매우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고 공격적인 베팅을 예고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변화가 절실한 팀이다. 올해 79승83패(승률 .488)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치며 2년 연속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지난달 30일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과 함께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은 게이브 캐플러 감독을 경질하며 본격적인 팀 쇄신에 나섰다.
올해 30개 구단 중 평균자책점 11위(4.02)로 투수력은 나쁘지 않지만 팀 타율 28위(.235), OPS 26위(.695)로 공격력이 너무 약했다. 팀 도루도 30위(57개)로 꼴찌에 그칠 만큼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리그 규정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정확성과 선구안, 기동력을 갖춘 이정후가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자이디 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 미국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도 이날 ‘이정후는 야마모토처럼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 않고, 몸값도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리미엄 FA 야수가 부족한 오프시즌이라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정후는 타격 잠재력 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새로운 주전 중견수로 영입한다면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나 오스틴 슬레이터가 코너 외야수로 뛸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중견수는 최고 유망주 출신 루이스 마토스가 예상되지만 이정후가 합류하면 파트 타임 역할로 빅리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이정후 합류 효과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