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희망이 사라져 가고 조용하던 그 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등장으로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우강훈(21)은 지난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1-5로 패색이 짙어진 8회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마운드에 올라오자마마 패스트볼을 연거푸 뿌렸고 전광판에는 150km에 가까운 구속들이 찍혔다. 패색이 짙어져가면서 조용해진 사직구장은 우강훈의 강속구가 연신 꽂히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8회 첫 타자 정주현에게 패스트볼 4개를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김범석을 상대로는 패스트볼 대신 커브를 3개 연속 던져서 3루수 땅볼로 잡아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손호영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김기연은 몸쪽 패스트볼로 삼진으로 처리했고 신민재를 상대로도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가면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데뷔전을 마쳤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우강훈의 피칭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김태형 해설위원은 “공은 1군에서 합격점 줄 수 있을 정도로 좋다. 팔 스윙 좋고 유연하다.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공이 빠른 것 만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공격적인 피칭과 템포 등 좋은 부분을 많이 갖고 있다. 몸쪽이 들어가면 공략 쉽지 않다”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우강훈. 지명 직전에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프로 입단과 동시에 재활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모험의 지명이었다. 재활이 모두 마무리 된 2021년 11월, 2020년 1라운드 지명 좌완 투수인 홍민기와 함께 현역 동반 입대를 하면서 군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다. 퓨처스 등판도 없이 군대로 떠났다.
올해 5월 전역한 우강훈은 퓨처스리그에서 16경기 등판해 24⅔이닝 3홀드 평균자책점 4.38의 기록을 남겼다. 퓨처스리그 등판도, 그리고 1군 무대 등판도 올 시즌이 모두 처음이었다. 올해가 우강훈에게는 프로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즌이었다.
2021년 롯데의 드래프트는 화려했다. 전국단위 1차 지명으로 대형 포수 유망주 손성빈을 지명했고 당시 고교 좌완 최대어였던 김진욱을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뽑았다. 여기에 야수 최고 유망주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노렸던 재능인 나승엽까지 2라운드에서 낚았다. 황금 세대의 기틀을 잡은 드래프트라고 평가 받았다. 우강훈도 화려한 데뷔전으로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 후 우강훈은 “처음에는 떨렸는데, 공이 잘 들어가다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연습 피칭때 공이 많이 빠졌는데, 코치님이 자신감 있게 가운데 던지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단 이후에 재활하고 바로 입대했다. 군대에서 야구는 많이 못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했다. (홍)민기 형과 동반 입대해서 캐치볼 정도만 했었다”라며 “구속은 2군에 있을 때부터 150km 초반 정도 나왔었다. 1군에서 던져보니 여러가지 보완 해야할 점이 보이는 것 같다. 조언 해주시는 선배님들 말씀 새겨 듣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면서 데뷔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롯데는 현재 베테랑 신정락(36)을 제외하면 잠수함 자원이 마땅치 않다. 신진급 선수들 가운데는 더더욱 그렇다. 강속구를 던지는 신예 잠수함 투수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