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가 없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5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선발 박세웅, 최지민, 박영현의 완벽투를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사회인 대표(실업야구)를 파견한 일본은 1라운드에서 중국에게 0-1로 패하더니 슈퍼라운드 첫 상대 한국에도 영봉패의 굴욕을 당했다.
일본은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1회말 선두타자 나카가와 히로키가 볼넷을 골랐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무사 2루에서 일본은 번트가 아닌 강공을 선택했다. 모치즈키 나오야는 삼진을 당했다. 기타무라 쇼지가 좌전안타를 때려 1사1,3루 기회까지 잡았으나 사토 다쓰히코와 마루야마 마사시가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초반 기회였으니 강공으로 밀어부쳤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4회는 선두 3번타자 기타무라 쇼지가 중견수 옆 안타로 출루했다. 사토 다쓰히코와 마루야마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고 사사카와도 내야땅볼에 그쳤다. 중심타선으로 연결되어 번트 보다는 강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0-0 5회는 하위타선에서 출루가 나왔는데도 번트가 없었다. 선두타자 7번 스즈키 세아후가 볼넷을 골라 1루를 밟았다. 8번타자 나카무라 진은 강공을 펼쳤고 2루수쪽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김혜성의 호수비에 막혔다. 기나미 료는 유격수 직선타구로 물러났고 나카가와는 삼진을 당했다.
일본은 9회 절호의 동점 기회를 잡았다. 유격수 김주원의 송구실책으로 선두타자 기타무라가 1루를 밟았고 사토가 우전안타를 날려 무사 1,2루 동점 기회를 잡았다. 역시 강공을 선택했고 마루야마는 2루 땅볼, 사사가와는 2루 병살타를 때리며 영봉패의 수모를 당했다.
적어도 1회와 5회는 번트를 통해 한 점씩 득점 확률을 높일 수도 있었다. 한국은 이날 6회와 8회 득점은 모두 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낸 이후 이루어진 것이었다. 일본은 1라운드 중국전에서도 0-1로 뒤진 9회말 볼넷과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역전찬스에서도 강공을 선택했다. 그러나 6번타자는 삼진을 당했고 7번타자가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번트는 예전의 일본야구를 설명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이번 사회인 대표팀은 완전히 달랐다. 이시이 아키오 감독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스몰볼을 포기하고 선수들의 능력에 맡기는 미국식 빅볼을 추구했다. 선수들이 두려움 없이 집중력을 갖고 직접 해결하라는 주문이었다. 그 결과는 굴욕의 두 번째 영봉패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