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홈런과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거포’ 노시환(23·한화)이 타선 침체에 답답한 류중일호의 체증을 확 뚫어줬다. 세미 프로격인 일본 사회인 투수에게 굴욕을 당할 뻔한 한국 타선을 구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2-0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2득점 모두 노시환의 타점이었다.
슈퍼라운드에서 대만전(0-4)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오른 한국은 반드시 잡아야 할 이날 한일전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슈퍼라운드 전적 1승1패로 6일 중국전을 이기면 결승전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승리를 해서 다행이지만 한국의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좋지 않았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일본 선발투수로 나선 에이스 가요 슈이치로에게 꽁꽁 묶여 5회까지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도요타 자동차 소속 우완 투수 가요는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 중심으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며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우타자 몸쪽으로 낮게 형성되는 제구가 돋보였다.
한국의 4번타자 노시환도 가요를 상대로 고전했다. 1회 2사 1루에서 루킹 삼진을 당했고, 4회 무사 1,2루 찬스에서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3번 당하지 않았다. 6회 1사 1,3루에서 가요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외야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구장 안으로 부는 바람에 막혀 타구가 생각보다 더 멀리 뻗지 못했지만 3루 주자 김혜성을 홈에 불러들이기 충분한 거리.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이날 결승타이기도 했다.
쐐기타도 노시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8회 일본 구원 사타케 가츠토시 상대로 1사 2루에서 윤동희가 헛스윙 삼진을 당해 공격 흐름이 끊기는가 싶었지만 노시환이 해결사로 나섰다. 2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한손 놓고 치는 기술적인 타격으로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김혜성이 홈을 파고들면서 2-0 리드. 1점차 불안한 리드에서 나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노시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도 참사를 면했다. 조별리그 포함 노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 4경기에서 타율 5할(10타수 5안타) 5타점 6볼넷으로 활약 중이다. 기대한 홈런은 아직 한 방도 나오지 않고 있지만 5할 타율과 결정적 타점으로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노시환은 "첫 번째 득점 찬스에서 삼진을 당했는데 너무 소심하게 한 것 같다. 다음 타석부터 과감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매 경기 결승전을 치른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야 좋은 타자 아니겠나. 타자들이 득점 찬스를 잘 살려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한편 일본 선발 가요는 5⅔이닝 4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을 안았지만 인상적인 투구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노시환도 가요에 대해 "분석할 때보다 공이 더 좋았다. 한국에 와도 정상급 투수가 될 만큼 좋았다. 그래서 초반에 힘든 경기를 했다"고 치켜세웠다.
일본 사회인 야구는 우리나라 같은 동호인 야구가 아니다. 직장을 다니며 야구를 주업무로 하는 과거 우리나라 실업야구 같은 곳이다. 사회인 야구에서 프로로 진출하는 케이스도 많다. KBO리그 젊은 강타자들을 놀라게 한 가요의 호투는 일본의 사회인 야구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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