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라시코' 라이벌의 29년 한풀이 우승 행사에 안방 내줬다…'31년 무관' 롯데는 무엇을 느꼈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05 14: 40

LG 트윈스는 지난 4일, 사직 롯데전이 끝나고 정규시즌 우승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 없는 날 매직넘버가 소멸되면서 다소 김이 샐 수 있는 상황. 성대하지는 않았지만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한풀이와 기쁨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행사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 순간, 안방을 내줘야 했다. 경기도 접전 끝에 9회 6-7 재역전패를 당했고 한때 오랜 시간 우승을 못한 동지로서 함께 조롱을 받았던 팀의 우승 행사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롯데 구단은 전광판에 LG의 정규시즌 우승 엠블럼이 새겨진 정규시즌 우승 문구를 띄우며 협조하기도 했다. 
LG가 1994년을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했고 이번에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풀이에 성공했다. LG 염경엽 감독 독입장에서도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오지환 임찬규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처음으로 LG의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선수들이 29년만의 정규리그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0.04 / foto0307@osen.co.kr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 선수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7-6으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10.04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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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만 있을 뿐 아직 정규시즌 우승은 창단 이래 한 번도 없었다. 2000년대 초반 ‘8888577’의 비밀번호 시대를 지나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진출했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번번이 힘을 쓰지 못했다. 2017년 한해 반짝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역시 준플레이오프 첫 단계에서 떨어졌다. 올해 역시 5위 SSG와 6경기 차이까지 벌어진 상황. 엄청난 기적을 바라야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다. 올 시즌까지 6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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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반기 막판에는 코칭스태프 간의 불화설까지 생겨났고 코칭스태프 변동이 있었다. 프런트 야구를 표방했지만 권한과 개입 정도에 대한 루머가 떠돌았다. 그들이 추구하는 야구는 방향성을 잃고 표류했다.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성적은 추락했고 윈나우를 추구했지만 실상은 육성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주축 자리를 차지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보다 선수층이 두터워졌다고 했지만 결국 부상자 관리에 실패하면서 롯데는 자신들의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그 야구가 어떤 야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롯데가 6년 동안 5명이 감독 자리를 맡았던 것은 롯데라는 팀의 중심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실이다(조원우 공필성 허문회 래리 서튼 이종운).
한때 암흑기의 시기가 비슷했던 LG는 이제 완전한 강팀 반열에 올라섰고 올해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으로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 통합우승의 7부 능선을 넘어섰다. LG 역시 그동안 가을야구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도 감독 자리가 바뀌었지만 현장은 현장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고 적절한 타이밍에 결단을 내리면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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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KIA와 함께 ‘엘롯기’ 동맹으로 암흑기 조롱의 대상들이었지만 KIA는 2017년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꾸준히 5강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LG도 우승을 했다. LG, KIA는 이제 롯데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팀이 됐다. 
LG의 우승에 롯데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롯데 덕아웃에서 LG의 우승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던 한 선수가 느꼈을 감정은 롯데의 다른 내일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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