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레전드 노송, 1994 우승 반지 꺼냈다 "KS 누가 올라오든…상대 압박감이 더 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0.05 14: 30

1990년, 1994년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두 번이나 MVP를 받은 레전드 투수 '노송' 김용수(63) 전 중앙대 감독이 추억의 우승반지를 꺼내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LG가 지난 3일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가운데 LG 레전드 김용수 전 감독도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사진과 함께 LG 후배들과 팬들을 위한 글을 게재했다.
김 전 감독은 "오랜만에 먼지가 자욱한 서재방 장식장을 열어봤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다. 1994년 국내 최초로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반지를 제작한 게 시초다. 트윈스를 시작으로 매해 우승팀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 전통으로 정착하게 됐다"고 적었다. 

김용수 전 감독. 2008.11.30 /OSEN DB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에 앞서 KBO 레전드 40인 시상식이 열렸다. 레전드로 선정된 김용수가 시구를 하고 있다. 2022.10.11 /jpnews@osen.co.kr

이어 김 전 감독은 "평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 선수 시절 받은 각종 트로피, 기념품, 피규어, 유니폼 등은 전부 지인들에게 나눠줬지만 우승 반지 하나만큼은 언제라도 스스로에게 되물었을 때 트윈스의 일원으로서 남다른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며 경기에 임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소중히 보관 중이었다"며 "한참 동안 우승 반지를 보고 있자니 두 팔 벌려 만세 부르던 기억도 선명하지만 트윈스 코치로서 현장에 있었던 순간들도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곤 한다"고 떠올렸다. 
김 전 감독이 LG 투수코치를 지낼 때 내야수 오지환이 신인으로 입단했다. LG의 주장으로 정규시즌 우승 영광을 이끈 오지환을 보며 김 전 감독도 추억에 잠겼다. "넘치는 에너지에 비해 많이 서툴렀던 귀여운 막내 지환이는 어느덧 공수주를 겸비한 리그 최고 유격수로 성장했고, 주장으로서도 팀을 잘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자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지금까지 잘해왔듯 원팀으로 팀을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994년 LG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김용수 전 감독 SNS
1994년 LG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김용수 전 감독 SNS
LG에겐 아직 한국시리즈라는 더 큰 무대가 남아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며 통합 우승 확률 84.4%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심리적인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LG는 최근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에서 하위팀에 연속 업셋을 당한 아픔이 있다. 큰 경기 징크스를 극복하는 게 LG의 마지막 과제다. 
김 전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절반의 성공은 이뤘지만 팬분들의 기대와 달리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가을야구에는 진출했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매번 꼬꾸라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전과 같으면 어쩌지? 하는 과거의 부정적인 기운이 큰 경기를 준비 중인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현재의 긍정적인 기운도 덮을 수 있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현재와 미래를 놓치기에 우선은 현재에 집중하여 새로운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생각된다"고 주문했다.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 경험이 풍부한 김 전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여러 차례 겪어본 경험자로서 정규시즌 우승은 그해 리그에서 가장 야구를 잘했다는 근거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갖는 심리적 압박감이 더 크면 크지, 덜 하지는 않다. 누가 시리즈에 올라오든 트윈스는 그냥 정규시즌에서 가장 잘했던 본인들의 야구를 하면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1994년 LG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김용수 전 감독 SNS
LG 투수코치 시절 김용수 전 감독. 2009.06.19 /ajyoung@osen.co.kr
나아가 김 전 감독은 "팀에 대한 애정이 깊어 걱정해주시는 건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나친 우려는 팬분들 정신건강에도 해로우니 우승팀 팬분들답게 상대팀이 누구든, 에이스 투수가 등판하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정규시즌 우승에 대한 기쁨은 잠시 즐기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해야 진정한 통합 우승 챔피언 자격 요건이 형성되는 만큼 남은 기간 잘 쉬고, 부족한 부분은 잘 정비해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는 V3 달성 후 거칠고 굳은살로 일궈진 우리 후배들 손가락에 멋진 우승 반지가 채워지기를 소원한다"며 "저는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기억은 이제 접어두고 다시 트윈스 팬으로 돌아가 앞으로 있을 2023년 LG 트윈스의 마지막 가을 여정을 지켜보며 응원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동대문상고-중앙대 출신 우완 투수였던 김 전 감독은 1985년 LG 전신 MBC 청룡에 입단한 뒤 2000년까지 16시즌 통산 613경기(1831⅓이닝) 126승89패22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1145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100승과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두 자릿수 승수 5시즌, 20세이브 이상 7시즌으로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 ‘늘 푸른 소나무’라고 불렸다. 리그 최초 500경기, 6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피처로 1990년(선발 2G 2승 14이닝 2실점 ERA 1.29), 1994년(구원 3G 1승2세이브 8⅓이닝 무실점) LG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때 모두 MVP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MVP를 두 번 받은 역대 최초 선수로 이후 이종범, 정민태, 오승환이 뒤를 따랐다. 은퇴 후 등번호 41번이 LG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됐다. 지난해 KBO 40인 레전드에도 선정됐다. 선수 유니폼을 벗은 뒤 LG 투수코치를 거쳐 중앙대 감독을 역임했다.
김용수 전 감독. 2008.11.30 /OSEN DB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에 앞서 KBO 레전드 40인 시상식이 열렸다. 레전드로 선정된 김용수가 LG스포츠 김인석 대표이사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2022.10.11 /jpnews@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