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이슈로 떠오른 '예측 판정'이 없는 룰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도 관련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시즌 후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심의한다.
KBO리그는 최근 심판들의 예측 판정으로 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2주 사이에 아웃/세이프, 페어/파울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독 이후 애매한 상황에서 이른바 '예측 판정'이 나왔고, 이에 어필한 감독들이 모두 퇴장을 당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현장에서 규정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KBO도 5일 답을 내놓았다. KBO는 "룰이 없는데 심판이 '예측 판정'으로 주자 위치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 규정을 참고해 만든 KBO 리그 규정에 따라 비디오 판독에 따른 판정 정정 후 심판은 그 상황에 따른 주자 재배치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설명했다.
이어 KBO는 "관련 규정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은 존중하며 시즌 후 규칙위원회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정을 심의한다. 다만 현재 시즌 중이며, 올해 리그 규정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논란의 예측 판정 2건, 감독들은 왜 화가 났나
지난 1일 잠실 LG-두산전. 5회말 2사 만루에서 두산 양석환의 땅볼 타구를 LG 2루수 신민재가 잡으려다 놓친 뒤 다시 1루로 던졌고, 1루심이 아웃 판정을 했다. 두산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는데 이후 상황이 애매했다. 3루 주자의 득점에 이어 2루 주자도 아웃 판정이 나왔을 때 계속 달려 홈을 밟은 것이다. 심판진은 예측 판정으로 2루 주자 득점도 인정해 두산이 3-2로 역전했다.
이 과정에서 염경엽 LG 감독이 어필하다 퇴장을 당했다. 1루심의 아웃 판정으로 3아웃, 이닝 종료가 되면서 LG 야수들이 다음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당시 심판진은 "2루 주자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해 득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문학 LG-SSG전에서도 예측 판정 논란이 있었다. 8회말 1사 만루에서 SSG 박성한의 1루 라인선상 타구가 1루심 우효동 심판의 몸을 맞았다. 우효동 심판은 볼데드를 선언했다. 이후 LG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뒤 1루수 글러브에 스친 뒤 맞은 게 확인돼 페어로 판정이 번복됐다. 심판진은 페어 판정이 나왔더라도 1루 주자 한유섬이 2루에서 아웃될 것이라고 예측 판정, 아웃을 선언했다. 3루 주자 득점과 함께 2사 1,3루로 상황이 정리됐다.
당시 김원형 SSG 감독이 이에 강하게 어필하다 퇴장을 당했다. 1루 주자 한유섬이 파울과 볼데드 선언으로 2루로 뛰지 않은 것이라고 어필했다. 1루심이 페어 판정을 했다면 한유섬은 1루에 머물지 않고 2루로 뛰었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SG가 1-2로 패하면서 이튿날 정용진 SSG 구단주가 KBO를 항의 방문, 허구연 총재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일 예측 판정과 관련해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이 포스트시즌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럼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규정 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원형 감독도 3일 "(예측 판정은) 룰에 없는 야구다. 예측을 해서 '이랬을 것이다'라고 판정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경엽 감독은 "KBO가 3가지 규정만 새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비디오 판독으로 원심이 바뀔 3가지 상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염 감독의 제안은 이렇다. ▲ 1·3루 선상 타구의 페어/파울 타구는 파울이 페어로 번복되면 (인정 2루타처럼) 2베이스를 준다. ▲ 3아웃으로 이닝 종료시 세이프로 번복된다면 주자들은 한 베이스 추가 진루를 준다. ▲ 야수를 통과한 타구가 심판에 맞아 볼데드가 되면 주자들은 한 베이스 추가 진루를 준다.
KBO "예측 판정 없는 룰 아니다, 시즌 후 개정 필요한 부분 심의"
KBO도 5일 예측 판정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KBO는 "룰이 없는데 '예측 판정'으로 주자 위치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 규정을 참고해 만든 KBO리그 규정에 따라 비디오 판독에 따른 판정 정정 후 심판은 그 상황에 따른 주자 재배치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야구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의 절차에 따르면 ‘심판팀장은 판정번복 여부를 심판과 기록위원에게 통보하고, 만약 비디오 판독을 통해 최초 판정이 번복됐다면 주자의 위치 배정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디오 판독의 정정 부문에 따르면 최초의 판정이 번복되면 심판팀장은 처음부터 옳은 판정이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양 구단이 위치해야 할 상황을 만들도록 정정해야 한다. 또한 이 규정에 의해 번복되는 모든 판정에서 나오는 주자의 배치에 대한 결정은 공식야구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심판팀장이 결정한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 주자를 배치할 때는 플라이볼의 깊이, 주자의 스피드, 플레이가 이뤄졌을 때 주자의 위치, 아웃카운트, 잘못된 판정이 공격 또는 수비 구단 선수들의 이어지는 행동이나 위치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심판팀장이 잘못된 판정으로 공격, 수비 구단 선수들의 이어지는 행동이나 처신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판정은 바꾸지만 영향받지 않은 주자들의 위치에 대한 원심은 그대로 유지한다.
▲ 심판팀장은 판정이 옳게 내려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구단의 득점을 인정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
▲ 주자의 위치 배정이나 주자 아웃 선언, 득점 및 득점 무효에 대한 심판팀장의 결정은 최종이며 양 구단에 구속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논란하거나 항의하는 감독 및 구단 관계자에게는 퇴장을 명한다.
이렇게 명시된 야구 규정에 따르면 예측 판정은 없는 룰이 아니다. 심판의 의무이자 재량이지만 판단 범위가 넓고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BO는 "관련 규정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은 존중하며, 시즌 후 규칙위원회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정은 심의한다"며 "현재 시즌 중이며, 올해 리그 규정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