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을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했으나 추후 합류를 기대했던 존 슈나이더(43)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다.
슈나이더 감독이 이끄는 토론토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2차전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0-2로 졌다.
1차전 1-3 패배에 이어 2경기 연속 타선 침묵으로 2전 전패 조기 탈락의 쓴맛을 봤다. 토론토는 지난해에도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2전 전패를 당했는데 2년 연속 가을야구가 짧게 끝났다.
WC 로스터 탈락 류현진, 다음 시리즈 등판 준비했는데…
토론토의 2연패 탈락으로 류현진은 가을야구에서 공 하나 못 던지고 끝났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서 빠진 류현진이지만 선수단과 동행하며 몸을 계속 만들었다. 3전2전승제인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선 선발이 많이 필요없다. 5선발이고, 불펜으로 쓰임새가 낮은 류현진은 다음을 대비했다.
MLB.com은 지난 4일 ‘토론토의 선발 로테이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알렉 마노아가 비운 자리에 때마침 류현진이 돌아왔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발진 중 하나로 계속 언급될 것이다. 토론토 선발진은 5~7경기 시리즈에서 훨씬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며 선발이 더 필요한 5전3선승제 디비전시리즈, 7전4선승제 챔피언십시리즈 이후를 기대했다.
슈나이더 감독도 4일 1차전 경기 전 공식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발 5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우리로선 류현진이 다음 시리즈 투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는 우리 팀 상황과 전술을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선수이기 때문에 계속 투구할 준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며칠 후 우리가 경기를 치를 때 다시 돌아와서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나이더 감독의 바람과 달리 토론토는 1~2차전에서 조기 탈락했고, 류현진은 몸만 풀다 가을야구가 끝났다.
토론토 2연패 허무한 광탈, 2차전 선발 퀵후크 승부수도 실패
1차전부터 0-4로 패했다. 1선발 케빈 가우스먼이 1회, 3회 로이스 루이스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으며 4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타선도 6안타 무득점으로 빈타에 시달렸다.
1차전 가우스먼이 고전한 여파인지 토론토는 이날 선발 교체 타이밍을 아주 빠르게 가져갔다. 1~3회 안타를 하나씩 맞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호세 베리오스가 4회 선두타자 루이스에게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자마자 교체된 것이다. 투구수가 47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슈나이더 감독은 불펜에서 미리 몸을 풀고 있던 기쿠치 유세이를 마운드에 올렸다.
조기 교체 승부수를 띄웠지만 실패했다. 기쿠치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맥스 케플러에게 2루 내야안타, 도노반 솔라노에게 볼넷을 주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계속된 만루에서 윌리 카스트로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했지만 3루 주자 홈을 밟아 추가점을 내줬다. 기쿠치는 5회 2사까지 막았지만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베리오스는 3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패전.
토론토는 베리오스와 기쿠치에 이어 이미 가르시아(1⅓이닝), 에릭 스완슨(⅔이닝), 조던 로마노(1⅓이닝)로 이어진 불펜이 추가 실점 없이 잘 막았다. 그러나 타선이 안타 9개를 치고도 무득점으로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잔루만 9개. 1차전 6안타 1득점에 이어 2경기에서 총 1득점에 그친 타선 침묵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2차전 5회 2사 2,3루에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2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며 찬물을 끼얹은 것도 뼈아팠다.
슈나이더 감독이 밝힌 베리오스 교체 “모든 선수 활용해야 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슈나이더 감독은 베리오스의 조기 강판에 대해 “몇 가지 계획이 있었다. 베리오스도 알고 있었다. 그를 교체하기 어려웠지만 팀 구성상 선수 전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전2선승제 단기전에선 모든 선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투수 교체 후 2점을 내줬으니 잘 안 풀렸다고 볼 수 있다. 뭐든지 예측을 하는 건 어렵다. 어제오늘 잘 풀리지 않았지만 그게 야구”라고 말했다.
이어 슈나이더 감독은 “많은 기록과 많은 의견이 개입된다. 매번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스태프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승리를 위한 것이다. 이기지 못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과 의견은 이해한다”며 비판을 감수했다.
류현진을 비롯해 토론토와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에겐 이날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경기 후 선수단과 미팅도 가진 슈나이더 감독은 “힘들었다. 언제 또 같이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올 시즌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함께 뭉친 모습은 선수들과 클럽하우스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멋진 그룹이었다. 앞으로도 항상 훌륭한 그룹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 시리즈 조기 탈락이 아쉽지만 젊은 팀의 성장 과정으로 삼았다. 슈나이더 감독은 “매년 한 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에게 시즌을 마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기서 계속 함께할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 자주 처할수록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플레이오프를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며 “패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집중을 하는냐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모든 일에 절박함을 갖는다면 앞으로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토론토와 4년 FA 계약 만료, 류현진 어디로 가나
이로써 토론토와 류현진의 4년 계약도 만료됐다. 지난 2019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그해 12월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으로 토론토에 새 둥지를 텄다. 당시 기준 토론토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에이스 대우를 받았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류현진은 12경기(67이닝) 5승2패 평균자책점 2.69 탈삼진 72개로 활약, AL 사이영상 3위에 오르며 1선발 구실을 톡톡히 했다. 토론토를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며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다. 이듬해 2021년에는 31경기(169이닝)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 탈삼진 143개로 조금 아쉽지만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27이닝) 2승 평균자책점 5.67에 그쳤다. 6월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 아웃돼 재활에 들어갔다. 올해 8월 빅리그로 돌아오기까지 14개월 공백이 있었다. 복귀 후 11경기(52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3.46 탈삼진 38개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며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토론토에서 4시즌 통산 성적은 60경기(315이닝) 24승15패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26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