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운한 감독이 있었을까?
KIA 타이거즈가 지난 4일 KT 위즈와의 수원 더블헤더에서 1승1패를 했다. 이날 5위 SSG 랜더스는 NC 다이노스를 꺾었다. 2.5경기 차에서 3경기 차로 더벌어졌다. 이제 고작 10경기를 남겼다. 기적이 일어나야 역전이 가능할 것 같다. 가을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리드오프 겸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또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5회 1사후 타석에 들어었으나 볼카운트 0B-1S에서 KT 선발 이선우의 2구째 138km 투심에 왼쪽 팔뚝을 강타 당했다. 검진결과 척골 분쇄골절 소견이었다. 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악재이다.
박찬호는 이미 9월12일 대구 삼성전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 인대손상으로 전치 3주 판정을 받았다. 당시 9연승, 2연패, 3연승을 달리던 시점이었다. 3할 타율과 탁월한 도루능력에 탄탄한 수비까지 공수주를 이끌던 박찬호의 부상과 함께 팀은 곤두박질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지며 7연패에 빠졌다.
박찬호의 부상이 끝이 아니었다. 9월 19일 광주 LG전에서 부상복귀 이후 괴물의 타격을 펼치던 나성범이 2루에서 3루까지 질주하다 오른쪽 햄스트링 파열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대 12주 재활 진단이었다. 타율 3할6푼5리 18홈런 57타점 OPS(장타율+출루율) 1.098, 득점권 타율 3할4푼8리의 해결사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나성범 뿐만이 아니라 불혹의 4번타자도 잃었다. 9월 24일 광주 KT전에서 7회말 2루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린 뒤 1루로 전력으로 뛰다 1루수 박병호의 다리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 왼쪽 쇄골 분쇄골절이었다. 최대 4개월의 재활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중상이었다.
KIA는 강력한 타선의 두 기둥을 동시에 잃어버렸다. 그래도 박찬호가 2주만에 복귀해 공격과 수비에 힘을 불어넣었다. 왼전치 않는 타격감인데도 김도영과 함께 테이블세터진으로 활약을 펼쳤다. 박찬호 복귀 이후 팀은 4일 더블헤더 1차전까지 5승4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팔뚝 골절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또다시 공수주 모두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종국 감독은 작년 부임 첫 시즌 5위에 올라 와일드카드에 진출했다. 올해는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5위 이상의 순위를 노렸다. 최형우가 부진탈출을 예고하며 나성범과 강력한 중심타선 구축을 기대받았다. 김도영도 첫 시즌의 아픈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세를 보였다. 이우성과 이창진 등도 주전급으로 성장했고 최원준도 6월에 복귀하면 40도루 트리오 육상부를 가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막부터 부상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주포 나성범이 WBC 대회에서 입은 종아리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종적을 감추었다. 김도영은 SSG와 개막 2차전에서 주루도중 왼발등 골절상으로 당했다. 두 달 넘게 두 타자 없이 어렵게 팀을 꾸려왔다. 최형우의 부활, 이우성의 주전도약, 고종욱의 활약으로 버텼다.
6월13일 최원준의 젼역, 6월23일 나성범과 김도영의 복귀하며 타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박찬호의 맹타까지 곁들여지며 8월 중순부터는 최상의 타선을 구축했다. 상대투수를 압도하는 타력으로 9연승까지 달리며 2경기 차 2위까지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간판타자들의 줄부상으로 날개없이 추락했다. 불가항력적인 김종국호의 불운에 안타까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