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2위로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이 5일(이하 한국시간) 일본과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인다. A조에 속한 일본이 지난 3일 중국에 0-1로 패하는 바람에 5일 한일전이 성사된 것.
지난 1일 홍콩과의 첫 대결에서 8회 콜드게임 승리를 장식한 한국은 2일 대만에 0-4로 덜미를 잡혔다. 4회 연속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였던 대만에 완패를 당하며 계획이 꼬였다.
류중일 감독은 “졌으니 할 말 없다. 상대 투수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우리가 (대만 투수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지만 영상으로 볼 때와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 공이 빠르고 변화구와 컨트롤 모두 좋았다”고 말했다.
또 “(대만 야구가)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투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공부를 많이 했고 타자들도 과거에는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이 나왔는데 오늘은 변화구에 속지 않더라. 예전에는 수비가 약했는데 오늘 보니까 탄탄해졌다”고 덧붙였다.
조 1위 슈퍼 라운드 진출이라는 목표는 무산됐지만 우승을 향한 경우의 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일본을 이겨야 한다. 일본이 중국에 패했지만 절대 약한 전력이 아니다. 프로 선수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다. 중국에 패한 만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도 가지고 있다.
2006 도하 참사를 재현해선 안 된다. 당시 한국은 대만과의 첫 대결에서 2-4로 패한 데 이어 일본을 상대로 7-10 고배를 마셨다. 물론 사실과 다르지만 한국이 오뎅 장수로 알려진 일본 타자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대만에 이어 일본에 패한 한국은 3승 2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첫 상대였던 대만에 1-2로 고개를 떨궜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잇달아 격파한 한국은 슈퍼 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5-1 쾌승을 장식하는 등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 지었다.
한국은 휴식일이었던 지난 4일 사오싱 야구장에 나와 훈련을 소화했다.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지난 3일 일본-중국전을 관전하며 상대 전력을 면밀히 지켜봤다.
한국 야구는 위기다. 도쿄 올림픽에 이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항저우 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5일 한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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