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없이도 1위 할 수 있겠다.”
LG 트윈스 29년 만의 우승 감독인 염경엽 감독의 걱정은 시즌 초에도, 시즌 중반에도, 시즌 막바지에도 선발진이었다. 이민호 김윤식 등 스텝업한 영건들이 선발진에 안착해주기를 바랐지만 실제로는 다시 시즌을 준비해야 할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강효종 이지강 박명근 등이 대체 선발로 들어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LG는 ‘투수 놀음’의 야구, 그리고 144경기 장기레이스에서 선발진의 침체를 극복하고 1위를 차지하고 수성하며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개막 후 5경기부터 한 번도 3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고 5월 19일 이후에는 1,2위를 오가면서 선두권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6월27일 이후에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은 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토종 선발 집단 부진..."조마조마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취재진과 마주했던 4일 사직 롯데전. 염 감독은 우승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아찔했던 시즌 초반을 회고했다. 그는 “감독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힘든 시즌이었다. 4~5월에 마음 한쪽에서 조마조마했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이 세팅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특히 4월말에서 5월 들어가는 시점에서 국내 선발들을 썼는데 다 실패였다. (김)윤식이, (이)민호, (강)효종이 모두 잘 안됐다. 3명이 빠지니까 거기서 부터 두 갈래 길이 보이더라. 여기서 못 버티면 잘못하면 4~5위에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 덕분에 이 고비를 넘어갈 수 있었고 버텼다면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 덕분이다.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고 하면서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였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인데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쳐 있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고 보였다”라면서 “선수들이 나의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놓았다. 나에게 큰 힘이 됐다”라고 전했다.
임찬규 없었으면 염경엽의 우승도 없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임찬규다. 임찬규의 올 시즌 첫 보직은 롱릴리프였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포함된 임찬규는 선발진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염경엽 감독의 고민을 지웠다. 28경기(24선발) 12승3패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으로 선발진에 연착륙해서 이제는 규정이닝 선발 투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염 감독은 “5월 그 시기에 (임)찬규가 살아난 것이 저에게는 엄청 큰 힘이 됐다”라면서 “당시 찬규하고 플럿코가 등판하면 승부가 됐다. 나머지 3경기 중 1경기만 타격전을 하면 3승2패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2경기에 목숨을 걸었다. 플럿코와 찬규 등판일에 승리조 많이 남겨두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플럿코 부상에 초비상...하지만 최원태 트레이드, 이정용 스텝업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고비가 머지 않아 찾아왔다. 전반기 필승카드로 11승을 수확한 플럿코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코로나19 확진과 우천취소 등으로 등판이 밀렸다. 이후 8월 26일 NC전 이후 내전근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후 왼쪽 골반뼈 타박 진단이 나왔지만 여전히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염 감독은 “1위를 하고 있었지만 플럿코가 아픈 시점에서 1위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의 포인트였다. 그런데 그때 최원태가 트레이드 되어 오면서 플럿코의 자리를 채워줬다”라며 “플럿코가 없었으면 선수들한테도 분명 영향이 갔다. 선발이 빠지면 영향이 선수들한테, 팬들에게 가는데 5명이 채워지면서 안정적으로 구상을 할 수 있게 됐다.(최)원태가 오면서 ‘플럿코가 빠져도 괜찮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힘이 됐다”라고 전했다. 7월 말 LG는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토종 선발 최원태를 데려오고 외야 유망주 이주형을 내주는 강수를 뒀다. 이 결단은 LG의 우승길을 꽃길로 열어줬다.
또한 “또 그 타이밍에 이정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윤식이 두 달간의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서 한 자리를 채워주면서 이제 플럿코 없이도 당분간 1위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후반기는 사실상 외국인 선발 1명 없이 치렀다. 그럼에도 후반기에도 뒤처지지 않고, 큰 위기 없이 1위를 수성하며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넥센(현 키움, 2013~2016년), SK(현 SSG, 2019~2020년)를 거치면서 감독 6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못한 염 감독이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2019년에는 1위를 줄곧 달리다가 정규시즌 최종전에 내려오기도 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 강했다. 하지만 실패의 반면교사 삼아서 열망을 현실로 바꿔냈다.
플럿코는 잊었다...플럿코 없이 한국시리즈 준비
정규시즌 우승은 확정지은 만큼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준비한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3일 휴식 후 이천에서 합숙을 하며 시즌을 준비한다. 염 감독은 "포수 박동원은 오늘 경기만 뛰고 내일(5일) 말소할 예정이다. 손목이 안 좋아서 치료를 하고 한국시리즈에 맞춰서 준비할 예정이다. 이후 홈 마지막 경기 쯤에 다시 불러올릴 예정이다"라면서 "또 켈리와 최원태도 내일 엔트리에서 뺀다. 켈리는 오늘 등판이 마지막 등판이 될 것이다. 최원태도 이미 한계 이닝을 넘어섰다. 빨리 휴식을 취하고 한국시리즈에 제 페이스를 찾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용과 임찬규는 두 번 이상 더 던질 것이다. 이정용도 선발 수업을 더 해야하고 (김)윤식이도 한 번 정도 던지고 휴식을 취한다. 임찬규는 규정이닝이 달려있다. 그 외에 손주영 강효종 이지강이 대체선발로 들어가서 5명이 선발을 돌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수진의 부상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불펜진에는 함덕주, 선발진에는 아담 플럿코가 있다. 함덕주에 대해서는 "무조건 맞춰서 올 것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라고 했다.
문제는 플럿코다. 플럿코는 전반기 11승을 거두고 후반기에는 좌측 골반뼈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복귀는 플럿코의 의지에 복귀가 달려있다. 염경엽 감독은 일말의 기대를 품기도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던 염경엽 감독이었지만 플럿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는 "플럿코가 없다고 생각하고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고 있다"라면서 "그래도 넥센 때 3선발을 돌리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 행복하다. 플럿코가 없어도 어쩔 수 없다. 아쉬움은 크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본인이 아프다고 하는데 그것을 강제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제 염경엽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의 환희는 뒤로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마지막 과업을 향해 나아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