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팔뚝 사구가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사구를 기록한 KT 선발 이선우는 승리에도 고개를 숙이며 박찬호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박찬호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세 번째 타석에서 부상을 당했다.
1회 유격수 땅볼, 3회 안타를 기록한 박찬호는 2-3으로 뒤진 5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등장했다. 이후 KT 선발 이선우를 만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138km 투심에 왼쪽 팔뚝을 강타 당했다. 박찬호는 1루로 걸어 나갔지만 주저앉은 채 부상 부위를 만지며 상당한 고통올 호소했고, 결국 대주자 오선우와 교체되며 조기에 경기를 마쳤다.
박찬호는 교체 직후 아이싱을 통해 부상 부위를 응급 처치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KIA 관계자는 “수원 수병원 X-레이 검진 결과 척골 분쇄골절(좌측) 소견을 받았다”라며 “내일 오전 중으로 더블체크를 할 예정이다. 재활 기간 등 정확한 진단은 내일 다시 공지될 것이다”라는 비보를 전했다.
박찬호는 지난달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손상됐다. 회복까지 3주가 소요되는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부상 2주 만인 9월 26일 NC전부터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후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KIA의 가을야구 도전에 큰 힘을 보태는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척골이 골절되는 불운이 찾아오며 남은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가장 마음이 불편한 건 사구를 기록한 이선우였다. 이선우는 이날 대체 선발로 나서 4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 깜짝 호투로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지만 경기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사구 직후 모자를 벗은 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박찬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고, 경기 후 박찬호의 상태를 들은 뒤에는 아예 웃음기가 사라졌다. KIA 더그아웃으로 향해 직접 사과까지 하려고 했지만 상황의 여의치 않았다.
경기 후 만난 이선우는 취재진을 통해 박찬호를 향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선우는 “사구가 나와서 마음이 좋지는 않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맞힌 거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KIA는 나성범(햄스트링), 최형우(쇄골 골절)에 이어 박찬호까지 큰 부상을 입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간 인천에서 5위 SSG가 NC를 꺾으며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가 3경기까지 벌어졌다. 더블헤더를 1승 1패로 마쳤지만 근심을 가득 안은 채 수원 원정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KIA는 오는 5일 에이스 양현종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KT는 또 다른 대체선발 조이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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