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포스트시즌 첫 판을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36)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일까. 류현진과 토론토가 갈라서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
토론토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3전2선승제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패를 먼저 하면서 광속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날 토론토는 선발로 케빈 가우스먼이 선발 등판했지만 4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렸다. 1회 선두타자 에두아르드 줄리엔에게 볼넷을 내준 뒤 로이스 루이스에게 선제 투런포를 허용했다. 그리고 3회말 로이스 루이스에게 다시 한 번 솔로포를 얻어 맞으면서 3실점 했다.
4회초 2사 1,2루에서 케빈 키어마이어가 3루수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빗맞은 타구가 3루수 뒤로 흐르면서 2루 주자였던 보 비셋이 홈까지 쇄도했지만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의 홈 송구에 막히면서 추격에 실패했다.
한편, 이날 패배로 토론토의 탈락 가능성이 높아지자 토론토와 류현진의 시간도 이대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 명단을 발표하면서 류현진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케빈 가우스먼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까지 포스트시즌 선발진을 구성했고 기쿠치 유세이는 불펜으로 활용하려는 복안을 세웠다. 3전 2선승제 시리즈에서 류현진의 활용도는 떨어졌고 결국 예상대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리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야후스포츠 캐나다’는 ‘류현진은 3연전 시리즈에서 뚜렷한 역할이 없었다. 그는 선발등판을 위해 대기할 필요가 없었고 이미 좌완 불펜이 충분한 상황에서 느린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는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MLB.com 역시 ‘정규시즌 로스터에서 빠진 유일한 주요 선수는 류현진 하나다. 하지만 3연전 시리즈에서는 예상 가능했다. 류현진은 팀과 함께할 뎁스 옵션처럼 여겨진다. 부상 등을 이유로 대체선수가 필요할 때를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고 14개월 만인 올해 8월, 기적적으로 복귀한 류현진은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46(52이닝 20자책점) 14볼넷 38탈삼진 WHIP 1.29의 성적을 남겼다. 30대 후반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수로 복귀가 불투명했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구위는 떨어졌지만 제구력과 각도 큰 변화구, 완급조절로 생존을 이어갔고 토론토의 정규시즌 후반기 선발진에 힘을 보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판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전에 강판되면서 불안감을 남겼다. 3경기 평균자책점 5.25(12이닝 7자책점) 3피홈런의 성적을 남겼다. 더 이상의 입지 상승에는 실패하면서 류현진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선발 경쟁에서는 탈락했다.
디비전시리즈 단계로 진출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5전3선승제 시리즈로 펼쳐지면서 선발이 한 명은 더 필요한 상황. 류현진의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토론토가 3전2선승제의 첫 판에서 패하면서 탈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대로면 지난 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3이닝 7피안타 2실점)이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수 있다. 이미 이 등판을 두고 현지 언론에서는 토론토에서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2020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던 류현진과의 인연은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
이후 토론토는 투자의 이유를 깨달았고 조지 스프링어, 호세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등을 데려오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2020년 류현진을 영입하고 4년 동안 3년을 가을야구에 진출한 게 우연은 아니다. 류현진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존 슈나이더 감독은 지난해 찰리 몬토요 감독을 대신해 메이저리그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전까지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부터 차곡차곡 지도자 경험을 쌓으면서 토론토의 문화와 분위기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토론토에서 잔뼈가 굵은 슈나이더 감독도 류현진이 합류한 이후 구단의 분위기와 기류가 바뀌었다고 역설했다.
존 슈나이더 감독은 지난 1일 류현진의 최종전 등판을 앞두고 ‘스포츠넷 캐나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류현진과의 계약은 토론토의 기류를 바끈 많은 투수들 가운데 첫 번째 투수였다”라면서 토론토를 바꿔놓은 선구자격 투수라고 설명하면서 “2020년 단축시즌에는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가 토론토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류현진의 영향력은 컸다. 늘 주위에 있던 베테랑 투수이자 다른 투수들과 포수들을 도왔다. 그는 정말 꾸준하게 우리 곁에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류현진은 토론토의 현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준 선수였다. 하지만 4년 계약이 끝나는 올해, 더 이상의 동행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토론토에서 류현진의 시간이 계속될 수 있을까.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행보에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