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가 부상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정후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지난 7월 22일 롯데전에서 부상을 당하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7월 23일 이후 73일 만에 1군 등록이다.
오랜만에 1군에 돌아왔지만 이정후는 아직 경기에 나갈 몸상태는 아니다. 이제 토스배팅과 수비 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는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이 돼서 1군에 등록한 것이 아니다. 몸상태는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경기를 나가기 보다는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교감하고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이정후 콜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후 역시 “1군에 등록이 됐지만 몸상태는 아직 모르겠다. 사실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상태는 아니다. 이제 기술훈련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동안 티배팅을 하다가 오늘은 토스배팅을 시작했다. 수비도 정면타구만 받다가 옆으로 가는 타구도 받으면서 단계별로 훈련을 하고 있다”라며 당장 경기를 뛰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을 차지하며 리그 MVP를 수상한 이정후는 올해 4월 극심한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85경기 타율 3할1푼9리(329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3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2일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받았고 결국 이후 1경기도 뛰지 못했다. 남은 시즌에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발목은 이제 괜찮다. 통증이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솔직히 부상을 당했을 때는 벌써 이정도로 준비를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았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신경써주셔서 잘 준비가 된 것 같다. 재활을 하는 동안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하루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세 번씩 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다. 덕분에 몸상태가 빨리 좋아진 것 같다”라며 몸상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남은 시즌 경기 출전 여부에 대해 이정후는 “물론 남은 경기에서 한 번 정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경기에 나가는데 필요한 과정들이 있다. 라이브배팅도 하고, 프리배팅도 하고, 2군에서 점검도 해야하는데 그런 과정을 다 소화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훈련을 하면서 정말 몸상태가 좋아지면 모르겠지만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감독님이 보시고 판단을 해주실 것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정후는 올해가 여러모로 중요한 시즌이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고 시즌 종료 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즌 절반 정도를 뛰지 못하면서 구상이 크게 어긋났다. 아시안게임에도 나가지 못했고 소속팀 키움은 이정후의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중요할 때 빠져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그래도 우리는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선수 한 명이 빠졌다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있을 때도 팀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냥 다같이 못해서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심선수로서 경기에 나가지 못한 것에는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정후의 부상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큰 타격이 됐다. 대표팀이 대만전에서 0-4로 패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물론 부상이 없었다면 아시안게임에 나갔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상을 당한 것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만 생각하고 있다. 지난 일을 돌아보고 자꾸 후회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이정후는 “아직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 당장은 팀에 합류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크게 느껴진다.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고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일이 진행이 될 것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은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정후는 얼핏 보기에는 전혀 부상을 당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다. 타구를 잡으러 가는 평범한 플레이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정후는 “잔디가 갑자기 푹 박히더라. 그 상태에서 움직이려고 하다가 ‘팅’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화면상에서는 아무런 일이 없는데 갑자기 부상을 당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라고 부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인대나 힘줄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이정후는 “좋게 생각하고 이 또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괜찮다”라고 담담하게 남은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