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가 흥행 대박을 쳤다. 6년 만에 관중 7000만명을 돌파했다. 스피드업으로 평균 경기 시간을 24분 줄인 효과를 제대로 봤다. 투구 제한 시간을 뜻하는 ‘피치 클락’ 도입이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롭 만프레드(65) 커미셔너의 신의 한 수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2023년 정규시즌 평균 경기 시간과 입장 관중 수를 발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피드업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규정을 변경했는데 그게 흥행 대박으로 이어졌다.
올해 메이저리그 총 관중수는 7074만7365명으로 지난해(6455만6658명)보다 9.5% 증가했다. 지난 2017년(7267만8797명) 이후 6년 만에 7000만 관중 회복에 성공했다. 평균 관중도 2만6843명에서 2만9295명으로 9.1% 늘었는데 1993년 메이저리그가 28개에서 30개 구단으로 확대된 이후 가장 큰 관중 증가폭이다. 30개 구단 중 26개 구단의 관중이 증가했다.
절반이 넘는 17개 구단이 총 관중 25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 타이 기록. LA 다저스(383만7079명), 샌디에이고 파드리스(327만1554명), 뉴욕 양키스(326만9016명),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324만1091명), 애틀랜타 브레이브스(319만1505명), 필라델피아 필리스(305만2605명), 휴스턴 애스트로스(305만2347명), 토론토 블루제이스(302만1904명) 등 8개 구단이 300만 관중을 넘겼는데 이 역시 10년 만의 일이다.
주말 경기 기준으로 1일 총 관중 150만명을 넘긴 것도 11번이나 됐다. 2017년 이후 최다 수치로 2018·2019·2021·2022년 다 합쳐 5번뿐이었던 것을 훌쩍 넘었다.
이 같은 흥행 대박은 규정 변경에 따른 경기 스피드업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2021년 3시간10분에 달했던 경기당 평균 시간은 사인 교환 장비인 ‘피치컴’이 도입된 지난해 3시간4분으로 줄었고, 피치 클락이 도입된 올해는 2시간40분으로 24분이나 더 줄었다. 2015년(2시간56분) 이후 8년 만에 3시간 미만으로 단축했다.
1985년(2시간40분) 이후 38년 만에 가장 짧은 경기 시간으로 올해보다 짧았던 마지막 시즌은 1984년(2시간35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시간30분 이상 걸린 게 9경기에 불과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에만 해도 3시간30분 이상 경기가 역대 최다 390경기였으니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이내로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하는 피치 클락 효과가 확실히 크다. 시즌 초반 적응기를 거쳐 완전히 자리잡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는 피치 클락에 대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익숙해진 뒤로 경기가 훨씬 빨라졌다. 시간 낭비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포수 윌 스미스(다저스)도 “피치 클락이 순조롭게 자리잡고 있다. 조금 더 일찍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더 이상 4시간짜리 경기가 없다”고 스피드업을 무척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