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타선이 차갑게 식은 가운데 팀의 근간인 선발야구마저 붕괴 위기에 처했다. 다승 2위 외국인투수는 피로 누적을 호소했고, 퀄리티스타트가 일상인 토종 에이스는 타구에 팔을 맞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과연 KT는 2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KT는 지난 3일 수원 KIA전에서 경기 패배와 함께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부상 교체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고영표는 이날 선발 등판해 4⅔이닝 1실점으로 순항하던 도중 김태군의 강습타구에 우측 팔을 강타 당했다. 통증에도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하며 이닝을 끝냈지만 부상 부위에 고통을 호소했고, 6회 시작과 함께 이채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는 불과 57개였다.
팔에 타구를 제대로 맞으며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KT 관계자는 “고영표 선수가 5회초 우측 팔 이두와 삼두 사이에 타구를 맞아 아이싱 중이다. 추후 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다”라고 몸 상태를 전했다.
6월 초만 해도 꼴찌를 전전하던 KT는 막강 선발야구를 앞세워 약 두 달 만에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6월 9일 ‘우승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컴백과 함께 또 다른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실력으로 기복 논란을 지웠고, 고영표, 배제성, 엄상백이 뒤를 든든히 받치며 승패마진 –14에서 +14를 만드는 기적에 힘을 보탰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늘 그랬듯 KT는 강력한 선발야구를 무기로 각종 변수를 지우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KT 선발야구는 엄상백의 예상치 못한 부상 이탈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9월 24일 1군 말소된 엄상백은 정밀 검진에서 갈비뼈 부위에 예상치 못한 골절이 발견됐다. 이후 김민과 주권으로 엄상백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두 선수 모두 등판 때마다 흔들리며 선발 한 자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투수 벤자민마저 최근 피로 누적이 확인되며 향후 등판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 감독은 “벤자민이 좋지 않다. 선발 없이 야구를 해야 하나”라며 “벤자민이 올해 많이 던졌다. 아마 본인 인생에서 제일 많이 던졌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령탑에 따르면 KT 구단은 4일 벤자민의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한 뒤 향후 스케줄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필이면 순위싸움이 절정인 시기에 선발 4명 가운데 무려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고영표, 벤자민은 상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악의 경우 남은 7경기서 지금보다 더 많은 대체선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투수진 뎁스가 두터운 편도 아니다. 당초 이런 상황을 대비해 2군에서 준비 중이던 선발 자원들이 대거 낙마했고, 결국은 1군에서 그나마 제구가 되는 선수를 오프너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KT는 아직 3위 NC에 2.5경기 앞선 안정적인 2위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NC보다 4경기를 더 치렀고, 9월 말부터 타선이 차갑게 식은 탓에 최근 5경기 1승 5패 하락세가 찾아왔다. 지금까지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선발투수가 줄부상을 당하며 이강철 감독의 근심을 가중시켰다.
벤자민이 빠르게 몸을 회복하고, 고영표가 큰 부상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KT다. 그래야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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