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해결사’ 최형우가 쇄골을 다쳐 구급차에 실려간 순간 KIA 캡틴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올 시즌 반드시 5강에 들어 부상 재활 중인 최형우와 나성범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는 것이다.
최형우는 지난달 24일 광주 KT전에서 7회 2루수 쪽으로 타구를 날린 뒤 1루로 향하던 도중 1루수 박병호의 다리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 최형우는 왼쪽 어깨를 감싼 채 상당한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정밀 검진 결과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가 전해졌다. 좌측 쇄골 분쇄골절 및 견쇄관절 손상 소견을 받으며 쇄골 고정술이 결정된 것. 재활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순위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시즌아웃이 결정됐다.
지난 3일 수원 KT전에서 결승타를 친 김선빈은 “(최)형우 형이 진짜 크게 다치는 선수가 아니다. 그 형이 구급차를 타는 것을 보고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웬만해서는 그렇게 안 한다”라며 “최근 괜찮냐고 연락을 드렸는데 다행히 괜찮다는 답장이 왔다”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KIA는 최형우에 앞서 또 다른 해결사 나성범이 시즌아웃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나성범은 9월 19일 광주 LG전에서 주루 도중 허벅지를 다쳤고, 검진 결과 우측 허벅지 햄스트링 손상과 함께 10주~12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나성범은 올 시즌 58경기 타율 3할6푼5리 18홈런 57타점, 최형우는 121경기 타율 3할2리 17홈런 81타점으로 타이거즈 공격을 이끈 핵심 선수였다.
KIA는 두 선수가 동시에 빠진 뒤 현재까지 8경기를 치렀는데 4승 4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주말 2경기 결과는 뼈아팠다. 9월 30일과 10월 1일 인천에서 순위경쟁팀 SSG 상대로 연이틀 1점 차 패배를 당하며 5위 SSG에 2.5경기 뒤진 6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김선빈은 “(최)형우 형, (나)성범이가 부상으로 빠지고 나서 팀 분위기가 처졌다”라며 “내가 창원에 가서 선수들을 향해 ‘주축 선수들이 빠져도 우리가 해야 한다. 포기하면 아쉽지 않겠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래서 지금 선수들이 경기 때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히려 팀이 더 끈끈해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KIA는 포수 김태군의 아이디어로 최형우, 나성범과 가을야구 도전 여정을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최형우, 나성범의 유니폼을 더그아웃에 걸어놓은 상태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었다.
KIA는 창원 NC전을 시작으로 고척 키움전, 인천 SSG전, 수원 KT전에서 모두 두 선수의 유니폼을 더그아웃 한편에 배치하며 간접적으로나마 두 해결사의 기운을 받았다.
김선빈은 “처음에 (김)태군이가 하자고 했는데 다들 좋다고 말했다. 가을야구까지 두 유니폼이 걸려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작년에도 우리가 가을야구를 했지만 올해는 더 길게 하고 싶다. 경기가 아직 남아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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