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국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좌타일색, 좌우불균형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국은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체육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완패를 당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4개 대회 연속 금메달 도전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발 6개의 안타를 치는데 그쳤고 6번 타자로 나선 윤동희만 3개의 안타를 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항저우 참사와 비극을 향한 우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한국은 김혜성(2루수) 최지훈(중견수) 노시환(3루수) 강백호(지명타자) 문보경(우익수) 윤동희(우익수) 박성한(유격수) 김형준(포수) 김성윤(좌익수)으로 타선을 꾸려서 대만을 맞이했다. 베스트 라인업이다.
베스트 라인업에서 좌타자는 총 6명(김혜성 최지훈 강백호 문보경 박성한 김성윤), 우타자는 3명(노시환 윤동희 김형준)이었다. 한국 타선의 주축은 좌타자들이다. 김혜성과 최지훈이 밥상을 차리고 강백호가 해결하는 시나리오가 이상적이다. 노시환이 가운데서 상대를 견제하고 힘을 싣는 역할을 한다. 중량감 있는 우타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좌우 불균형이 심하다.
결국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미국에서도 주목하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한국의 좌타자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우타자인 윤동희가 2루타와 안타를 뽑아냈다. 모두 타이밍을 정확히 맞힌 타구들이었다. 좌타자 최지훈이 2안타를 뽑아냈지만 정타들이 아니었다. 린위민은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한국 타선을 잠재웠다.
결국 좌우 불균형이라는 약점을 표적 삼아서 대만은 좌투수를 등판 시켰고 한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좌투수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전달 받았음에도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백업 선수들을 기용하기에도 제한적이다. 스위치히터 김주원의 포지션은 유격수로 수비 안정성은 박성한보다 떨어진다. 포수 포지션의 김동헌(우타자)도 어차피 김형준과 같은 자리를 공유해야 한다. 김지찬과 최원준이 남는데 역시 좌타자들이기에 차별점을 둘 수 없다.
현재 KBO리그를 이끌어가는 타자들은 모두 왼쪽 타석에 들어선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5관왕 MVP 이정후(키움)가 대표적이다. 올해 타율 1위부터 4위까지(손아섭 구자욱 김혜성 홍창기)도 모두 좌타자들이다. 홈런 레이스는 우타자들인 노시환을 비롯해 최정 오스틴 채은성 양석환 등 우타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또 아이러니.
하지만 현재 대표팀을 구성하는 젊은 타자들은 대부분 좌타자들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이 경기력 저하와 부상 우려의 이유로 좌완 선발 자원 이의리를 제외하는 논란 끝에 우타 외야 자원인 윤동희를 뽑은 것도 좌우 불균형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명의 추가 발탁으로 이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라운드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도 한국은 호주의 생소한 좌완 잭 오로클린을 상대했고 오로클린은 당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예봉을 차단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는 우완 존 모스콧이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갔고 좌완 사이드암 제이크 피시맨이 등판했다. 위장 선발이자 표적 선발의 느낌이 강했다. 결국 이스라엘 상대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상당히 고전했다.
이미 과거에도 국제대회에서 상대팀들은 한국의 약점을 알고 표적 선발을 등판시켰다. 이번 대만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좌완 선발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리그 구조적인 문제, 선수단 구성의 문제로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었다. 리그와 대표팀의 좌우 불균형은 결국 국제대회 성적과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비극과 참사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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