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내년에는 다시 유격수로 돌아간다. 올해 주전 유격수로 뛴 잰더 보가츠(31)의 포지션 변경이 유력해짐에 따라 김하성이 유격수로 컴백한다. FA 시즌을 앞두고 자기 가치를 최고로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풀타임 유격수로 이동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구단 내부적으로 이미 논의가 이뤄진 사항으로 보가츠를 어느 자리로 옮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예정이다.
보가츠는 “내가 꼭 유격수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난 매우 현실적이다. 더 이상 젊어질 수 없다. 아직 너무 이른 건 아닌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굳이 유격수 자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매니 마차도가 팔꿈치 수술로 인해 내년 시즌 초반 지명타자로 제한되고, 김하성이 3루에서 시즌을 시작하면 포지션 이동이 지연될 수 있다’며 ‘김하성은 1시즌 더 샌디에이고의 통제를 받는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유격수 중 최고의 수비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실버슬러거 5회 경력을 자랑하는 거포 유격수 보가츠는 지난해 12월 FA로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8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해 155경기 타율 2할8푼5리(596타수 170안타) 19홈런 58타점 OPS .790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9월 이후 활약으로 성적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무척 실망스러웠다.
타격만큼 수비도 아쉬었다. 올해 유격수로 146경기 선발출장해 1285⅔이닝을 수비한 보가츠는 실책은 8개로 많지 않았지만 수비 지표가 좋지 않았다. 규정타석 유격수 20명 중에서 OAA 11위(+3), DRS 15위(-4)로 중하위권이었다.
반면 2022년 주전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규정타석 유격수 22명 중 OAA 9위(+6), DRS 7위(+10)로 평균 이상이었다. 올해는 보가츠가 합류하면서 2루로 옮긴 김하성은 유격수로도 20경기(16선발·153⅓이닝) 뛰며 감각을 유지했다. 워낙 오래 주 포지션으로 뛰었기 때문에 따로 적응할 게 없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김하성에겐 유격수로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같은 중앙 내야수라도 2루수보다 유격수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같은 타격 생산력을 유격수로 보여준다면 시장 가치가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더 오래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 겨울 어떤 형식으로든 연장 계약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최종전인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2번타자 2루수로 나서 4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하성은 5회부터 보가츠가 빠진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겨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75볼넷 124삼진 38도루 출루율 .351 장타율 .398 OPS .749.
한편 보가츠는 포지션 변경과 관련해 유격수는 고집하지 않았지만 1루수로 옮기는 것에 대해선 ‘불호’ 의사를 표했다. 그는 “1루는 원하지 않는다. 코너로 가면 벤치에 가까워진다. 너무 빨리 1루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 11년차인 보가츠는 커리어 내내 유격수, 3루수로 나섰다. 2루수, 1루수로는 뛴 적이 없다. 수비 부담이 적은 1루가 타격에 전념할 수 있는 포지션이긴 하지만 아직 보가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올해 1루수로 처음 뛰었지만 2루수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가츠는 2루를 선호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를 1루로 설득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보가츠가 어디로 가든 내년 샌디에이고 유격수가 김하성이라는 것은 변함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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