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킬러' 천관위의 재림...굴욕으로 이끈 '20살 좌승사자', 한국은 손 쓸 수가 없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02 22: 13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가느다란 몸을 가진, 그리고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에게 한국은 또 다시 일격을 당했다. 과거 한국을 국제대회마다 괴롭혔던 천관위(33, 라쿠텐 몽키스)를 연상시키는 대만의 20살 좌완 유망주 린위민(20,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더블A)에게 완벽하게 틀어막혔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체육센터 메인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0-4로 완패를 당했다.
전날(1일) 한국은 고전 끝에 홍콩을 상대로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를 하고 대만을 만났다. 대만도 전날 태국을 상대로 12-1,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뒤 한국과 마주했다.

대만 선발 린위민이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천관위 /OSEN DB

선발 예고제가 없는 이번 대회였지만 선발이 좌완인지 우완인지, 유형 정도만 상대에게 통보하기로 했다. 한국은 대만의 선발 투수가 좌완이라고 통보를 받았다. 이미 류중일 감독도 좌완 투수를 예상했고 대상은 한 명으로 좁혀졌다. 대만 투수진에는 좌완 투수가 2명이었다. 2명 중 1명인 왕옌청(일본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은 전날 태국전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위장선발이 아닌 이상, 대상은 현재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린위민이 확실시됐고, 실제로 린위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린위민은 올해 MLB.com 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에서 애리조나 전체 4위에 올라 있는 유망주다. 현재 더블A 레벨까지 콜업됐다. 마이너리그 통산 38경기 177⅔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3.50, 231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9이닝 당 탈삼진이 무려 11.7개에 달한다. 더블A에서는 11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4.28(61이닝 29자책점), 64탈삼진을 기록했다. 파이프라인의 스카우팅리포트에 의하면 패스트볼 구속은 88~92마일(141km~148km) 사이를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6회초 한국을 상대로 대만 선발 린위민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3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 한국 최지훈이 내아 안타를 날리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이후 고비마다 한국을 고전하게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예선전에서 4⅓이닝 동안 4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2⅔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2017년 WBC에서는 1⅓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 한국전 선발 등판해 5⅔이닝 3안타 6탈삼진 4볼넷 1실점으로 호투를 했다. 
또 2019 프리미어 12에서 ‘지바 참사’ 경기에서도 선발 장이에 이어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바 있다. 
천관위와 린위민의 체격조건도 비슷하다. 천관위가 178cm 80kg, 린위민이 5피트11인치 160파운드(180cm 72kg)이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것도,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것도 비슷했다. 
이미 린위민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한국 대표팀이었지만 린위민은 위력적인 구위에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한국은 김혜성 최지훈 테이블세터는 물론 중심 타선의 강백호 문보경, 하위타선의 박성한 김성윤까지 총 6명의 좌타자들이 있었다. 이 좌타자들은 대부분 린위민의 구위와 낯선 팔각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3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 한국 최지훈이 내아 안타를 날리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2일 오후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장에서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2루 상황 한국 강백호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1회부터 6회까지 버틴 린위민을 상대로 한국의 좌타자들은 린위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최지훈의 내야안타 정도가 전부였다. 2회 2사 2,3루에서 김성윤의 내야안타성 타구 때 1루에서 오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침묵했다. 대신 6번 타순에 배치된 윤동희가 린위민을 상대로 2루타와 안타 등으로 제대로 공략해 나갔다. 린위민은 결국 한국 타선을 제대로 봉쇄했다.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류중일 감독은 전날(1일) 홍콩전과 같은 타순을 들고 나왔다. 다만 한국 대표팀 타선이 대부분 좌타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는 많이 없었다. 하지만 타순 배치의 변화라도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결과론이지만 가장 잘 친 윤동희와 다른 우타자인 노시환과 김형준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한국은 또 다른 한국 킬러 좌완 투수와 마주했고 완패를 당했다. 선발 문동주가 4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분전했고 박세웅, 최지민, 박영현이 분투했지만 8회말 고우석이 2실점 하면서 끝내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2일 오후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장에서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 2, 3루 상황 한국 김성윤이 내야 땅볼을 날리고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지만 아웃됐다. 아쉬워하는 김성윤. 2023.10.02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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