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썸킴'의 에너지가 샌디에이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기록 근처까지 향했던 김하성(27)의 질주는 올 한 해 화려했다.
김하성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2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무안타 1타점으로 마무리 했다.
이로써 김하성은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기록으로 빅리그 3년차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빅리그 3년차, 유틸리티 플레이어에서 2루수 주전으로 격상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오르며 수비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 김하성. 오프시즌 11년 2억8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로 합류한 잰더 보가츠가 유격수를 고집하면서 김하성은 2루수로 이동해 올 시즌을 시작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에서 유격수, 그리고 2루수 주전으로 이동해 빅리그 3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김하성의 시즌 초반, 수비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유격수 수비를 선보였던 선수에게 2루수 수비는 어렵지 않았고 여전히 최정상급 수비를 선보였다. 타석에서는 지난해 어느정도 알을 깼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개막 후 3~4월은 타율 2할9리 2홈런 6타점의 성적에 그쳤다.
5월까지는 잠잠, 6월부터 대반등 시작...허슬플레이어 가치 입증
그러다 비시즌 준비한 타격폼 변화가 서서히 몸에 익기 시작했고 6월부터 타격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6월 타율 2할9푼1리(86타수 25안타) 4홈런 12타점 4도루 OPS .844로 활약하더니 7월에는 팀 내 최고 선수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폭주했다. 비록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지만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큼 김하성의 활약은 눈부셨다. 7월 성적은 타율 3할3푼7리(89타수 30안타) 5홈런 9타점 8도루 OPS .999의 성적을 기록했다.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거액의 슈퍼스타들 틈바구니에서 김하성은 오히려 돋보였다.
타석에서 존재감을 발휘했고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룰도 김하성의 가치를 끌어올렸고 존재를 두드러지게 했다. 견제 제한과 커진 베이스는 김하성을 누상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었고 생존 확률도 높았다. 도루 뿐만 아니라 누상에서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몸을 날렸다. 주루는 물론 수비에서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유니폼은 항상 흙투성이였고 헬멧과 선글라스는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김하성의 허슬플레이는 샌디에이고 팬들을 매료시켰다.
이러한 허슬플레이는 샌디에이고 팬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까지 사로 잡았다. 메이저리그 은퇴선수협회(MLBPAA)에서 선정하는 ‘2023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 후보 30인에 샌디에이고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기록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경기에 진심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30명의 후보 중 최종 선정자는 11월에 발표되지만 구단 대표 선수로 김하성이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외부에서도 그의 플레이를 인정하며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MVP급 시즌에 아시아 빅리거 역사에도 도전...독보적 에너지 뽐냈다
한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무키 베츠(LA 다저스) 등과 함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상위권에 위치하면서 MVP급 선수로 극찬을 받았다.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는 구단 감독과 스카우터,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이저리그. 최고 재능 설문 조사에서 최고 수비를 가진 2루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인 빅리거와 아시아 출신 빅리거 역사를 향해 나아갔다. 추신수가 갖고 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경신했고 기세를 이어서 20홈런 20도루, 나아가 아시아 최초 20홈런 40도루라는 신기원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리드오프와 2루수 등 체력 소모가 많은 타선과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체력이 고갈되어 갔다. 또한 유격수와 3루수 자리에서도 간간히 나서면서 다른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혹사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뛰었다. 컨디션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9월 중순부터는 복부 통증으로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결국 8월 22일 17홈런을 끝으로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도루 추가 페이스도 더뎌지면서 38홈런에 머물렀다. 아시아 빅리거 최초 20홈런 40도루라는 대기록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김하성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슈퍼스타들의 부진과 투타 부조화로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샌디에이고의 올 시즌, 희망을 갖게 했다. 김하성의 독보적인 에너지 레벨로 팬들을 열광시킨 히어로였고 칭찬 받고 박수 받아 마땅한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의 화려했던 빅리거 3년차, 아시아 내야수의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슈퍼스타급 선수로 거듭났다. 대기록 달성은 실패했지만 찬란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에 김하성이 없었으면 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