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모르는 심판진도 문제는 문제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본을 잊지 말고 세밀한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되새겨야 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센터 1구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45위에 불과한 홍콩을 상대로 한국은 초반 압도하는 듯 했다. 선발 원태인의 강속구와 체인지업은 홍콩 타자들이 이전에 보기 힘든 수준의 공이었다. 4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홍콩을 제압했다. 1회말에도 문보경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물꼬를 잘 텄다. 이후 술술 플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국은 고전했다. 한 번 꼬여버린 매듭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3회말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1-0으로 앞선 3회말, 최지훈의 기습 번트와 상대 악송구로 무사 2루 추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노시환은 볼넷을 골랐다. 무사 1,2루 기회에서 강백호가 우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려냈다. 홍콩 우익수가 다이빙 캐치를 하면서 타구를 걷어냈다.
공이 빠졌다고 판단한 2루 주자 최지훈과 1루 주자 노시환은 급하게 돌아왔고 홍콩 수비진은 2루에 이어 1루를 태그하며 삼중살을 완성하는 듯 했다. 1루 주자 노시환은 2루 주자 최지훈을 추월하는 장면이 나왔다.
원래라면 후행주자 노시환이 선행주자 최지훈을 추월하며 자동 아웃 판정이 나와야 했다. 그리고 최지훈도 2루 귀루가 늦으며 포스아웃 상태로 아웃됐다. 한국이 삼중살을 당한 상황이었다.
이에 이종열 1루 코치는 선행 주자 최지훈이 송구 전에 2루를 밟았다고 항의했고 2사 2루가 됐다. 하지만 1루심은 최지훈을 1루로 귀루하라고 지시했다. 홍콩 감독은 당연히 반발했고 항의가 이어졌다.
심판진은 최지훈을 아웃 선언하고 노시환을 1루로 다시 불렀다. 하지만 노시환은 2루 주자 최지훈을 지나쳤기 때문에 세이프가 될 수 없는 상황. 이번 대회는 비디오판독이 없기에 확인을 할 길이 없었다. 결국 2사 1루 상황에서 20여 분 만에 경기는 속개됐다. 3회말 상황은 엉망이었다.
어쨌든 한국은 4회말 2점을 뽑은 뒤 점수를 뽑지 못하다가 8회말 대거 7득점에 성공하면서 8회 콜드게임 승리를 완성했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룰도 숙지하지 못하는 심판진은 국제대회에서 언제나 우려를 낳았고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비디오판독을 도입하는 추세였지만 이번 대회는 비디오판독 없이 진행된다. 비디오판독이 활성화 되어 있는 축구도 마찬가지다. 결국 비디오판독이 없는 촌극이 대혼돈의 사태를 낳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날 기본기를 간과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1루 주자 노시환의 명백한 본헤드플레이였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라면 응당 타구의 결과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 심판진의 미숙함을 지적하기 전에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국제대회에서는 한 방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실책으로 승기가 기운 적이 많았다.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그렇게 승기를 가져온 장면이 적지 않고 또 분위기를 내준 적도 많았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도쿄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기본기가 결여된 플레이로 비극을 겪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2-2로 맞선 8회 병살타성 타구에 투수 고우석이 1루 베이스커버를 뒤늦게 들어가서 제대로 하지 못해 패배와 직결됐다. 결국 한국은 이 대회 최종 4위로 노메달에 그쳤다.
올해 3월에 열린 WBC에서도 조별라운드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강백호는 4-5로 뒤진 7회말 , 1사 주자 없는상황에서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재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2루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지 않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태그아웃 당하며 허무하게 추격 기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런 기본기가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판진의 수준을 탓하고 머쓱해 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이제 한국은 2일, 홍콩보다 몇 수 위이자 한국의 4개 대회 연속 금메달 전선에 최대 라이벌인 대만과 만나게 된다. 대만은 메이저리거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최정예 전력을 구축했다.
한국은 과거 국제대회에서 뼈저리게 깨달은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다시 한 번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