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기록에 하나 남았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 투수 1000경기 출장 기록을 앞두고 있는 정우람(38·한화)이 당분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을 세우기 직전에 있다.
정우람은 지난달 29일 사직 롯데전에 5회 구원등판했다. 개인 통산 999번째 경기로 대망의 1000경기에 이제 딱 1경기 남았다. 빠르면 오늘(1일) 대전 NC전에서 KBO리그 최초 1000경기 투수가 탄생할 수 있다.
경남상고 출신 좌완 투수 정우람은 지난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현 SSG)에 지명돼 프로에 발을 내딛었다. 그해 4월21일 문학 한화전에 7회 구원등판하며 2⅓이닝 무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첫 해에는 2경기 등판으로 끝났지만 이듬해 1군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군복무 기간(2013~2014년)을 제외하고 15시즌 연속 45경기 이상 등판했다.
2008년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이 85경기에 등판했고, 2010년에는 불펜투수로는 드물게 한 시즌 100이닝(102)을 넘기기도 했지만 커리어 내내 큰 부상 없이 1군 주축 투수로 롱런해왔다. 500~900경기 모두 최연소 기록으로 달성했다.
지난 2021년 6월30일 대전 두산전에서 류택현(901경기)을 넘어 KBO리그 최다 등판 투수로 올라선 정우람은 2년3개월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1000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투수가 많은 경기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 정우람은 2008년(25개), 2011년(25개) 두 차례 홀드왕에 오른 뒤 2018년 세이브 1위(35개)로 구원왕에도 등극했다. 18시즌 통산 999경기에서 973⅔이닝을 소화하며 64승47패197세이브145홀드 평균자책점 3.17 탈삼진 936개. 역대 통산 세이브 6위, 홀드 4위로 정대현(106세이브·121홀드)과 함께 2개 부문 모두 100개 이상 기록한 유이한 투수다.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23경기 등판에 그친 것을 빼면 정우람은 커리어 내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 ‘고무팔’로 불렸다. 어릴 때는 던지고 나서 아이싱도 잘 하지 않을 만큼 타고난 내구성과 회복력이 좋기도 하다. 부드러운 투구폼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지만 자기 관리를 빼놓곤 설명이 안 된다. 급하게 몸을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잘 던질수록 단기 혹사를 피할 수 없는 불펜 특성상 롱런이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정우람은 특별한 존재다.
처음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정우람은 ‘특급’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TV로 보던 선배님들과 같이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지만 내가 더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 힘든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며 “20살 때 내가 이래선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달라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고 말했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제구를 더 정교하게 가다듬었고, 체인지업이란 무기를 장착했다. 키킹 후 글러브를 짧게 한 번 치고 나오는 특유의 투구폼도 밸런스를 잡고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연구의 결과였다.
투수 1000경기 등판은 148년으로 역사가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다 1252경기에 등판한 제시 오로스코를 비롯해 16명만이 해낸 기록이다. 88년째인 일본프로야구에선 이와세 히토키(1002경기) 단 1명만이 갖고 있다.
한미일 기록을 다 합치면 1000경기 투수가 2명 더 있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760경기, 일본에서 238경기, 미국에서 6경기로 총 1004경기를 등판했다. 오승환(삼성)은 한국에서 663경기, 미국에서 232경기, 일본에서 127경기로 총 1022경기에 나섰다. 1000경기 달성 기준 시점으로 임창용이 42세, 오승환이 41세인데 정우람은 38세에 1000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속도가 빠르다.
정우람 다음으로 1000경기를 넘볼 만한 KBO리그 투수도 보이지 않는다. 정우람에 이어 현역 투수로는 LG 진해수(789경기), 삼성 우규민(755경기), LG 송은범(680경기), 삼성 오승환(663경기), LG 김진성(612경기), 롯데 김상수(576경기), SSG 고효준(568경기), 키움 원종현(521경기) 순인데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선수들이라 1000경기는 언감생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