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200승을 거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레전드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41)가 현역 마지막 순간을 타석에서 장식했다. 통산 홈런 10개로 ‘방망이 잘 치는 투수’다운 마무리다.
웨인라이트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부시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6회말 대타로 모습을 드러냈다. 팀이 2-14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루벤 베이커의 대타로 이닝 선두타자를 맡았다.
웨인라이트는 지난 19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198승에서 199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10연패를 당하는 등 시련이 있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200승 고지를 밟았다. 남은 시즌 2경기 정도 추가 등판이 가능했지만 웨인라이트는 이를 포기했다. 올 시즌 끝으로 은퇴하는 웨인라이트에겐 200승 경기가 마지막 등판이 됐다.
‘MLB.com’에 따르면 지난 28일 웨인라이트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부 다 쏟아부었다”며 더 이상 등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른쪽 어깨 통증과 허리 디스크로 몸이 성하지 않았다. 200승이란 큰 목표를 세웠으니 더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투수로서 18시즌 통산 478경기(411선발·2668⅓이닝) 200승128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53 탈삼진 2202개로 마무리했다. 세인트루이스 한 팀에서만 쌓아올린 기록이라 원클럽맨의 가치가 더해졌다.
200승으로 마무리한 웨인라이트의 마지막 소원은 마지막으로 타석에 한 번 서는 것이었다. 30일부터 홈에서 치르는 신시내티와의 마지막 3연전이 기회였다. 다만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5위 꼴찌로 추락한 세인트루이스와 달리 상대팀 신시내티가 와일드카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였다. 자칫 순위 싸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일찌감치 신시내티 쪽으로 기울었고, 웨인라이트에게도 타석에 설 기회가 왔다. 홈팬들의 큰 환호 속에 등장한 웨인라이트는 헬멧을 벗어 답했다. 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 신시내티 좌완 선발 브랜든 윌리엄스의 초구 바깥쪽 높은 93.4마일(150.3km)을 건드렸으나 백네트로 가는 파울.
이어 2구째 바깥쪽 높은 90.8마일(146.1km) 커터를 밀어쳤다. 타구 속도 102.1마일(164.3km)로 빨랐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땅볼 아웃이 되고 말았다. 1루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웨인라이트를 향해 팬들이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웨인라이트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 중 하나였다. 팀이 이겼으면 좋았겠지만(2-19 패배) 다신 타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 때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임시로 도입됐고, 2022년에 정식 채택됨에 따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날 웨인라이트의 타격도 2021년 9월29일 밀워키전 이후 2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