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가 오프시즌에 영입해야 할 FA 선수 중 한 명으로 ‘검증된 선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거론됐다. 큰돈 들여 FA 영입한 투수 카를로스 로돈(31)이 첫 해부터 먹튀로 전락한 양키스는 투수 보강이 필요하다. 또다시 거액의 장기 계약보다는 단기로 안정성 있는 계약을 추구해야 하는데 류현진이 좋은 카드로 꼽힌다.
양키스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12 완패를 당했다. 선발투수 로돈이 1회 시작부터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홈런 하나 포함 6피안타 2볼넷 8실점으로 무너졌다. 35개 공으로 무려 8실점하며 최악의 시즌 피날레를 했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로돈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8실점 이상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2005년 5월7일 신시내티 레즈 선발투수 폴 윌슨이 LA 다저스전에서 0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2사구 8실점으로 무너진 18년 만에 나온 불명예 기록이었다.
1억6200만 달러 투수가 ERA 6.85 마감 “매우 실망스럽다”
이날 로돈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6마일(150.6km)에 그쳤다. 시즌 평균 95.3마일(153.4km)보다 크게 떨어졌고, 커맨드마저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패스트볼 구위가 없었고, 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았다. 그렇게 던져선 막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로돈도 “매우 실망스럽다. 할 말이 별로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 위에서 행동도 문제가 됐다. 맷 블레이크 투수코치가 올라왔을 때 대화를 하다 등을 돌렸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는 분 감독과 어깨를 부딪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로돈은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정말 부끄럽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내 탓이다”고 자책했다.
이미 가을야구가 좌절된 양키스라 이날 경기 승패가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로돈의 엉망진창 투구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양키스와 6년 1억6200만 달러 FA 대형 계약을 맺은 로돈은 시범경기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하더니 팔뚝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재활을 거쳐 7월8일에야 시즌 첫 등판을 가졌는데 8월8일 왼쪽 햄스트링 염좌로 또 부상자 명단에 올라 보름을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성적마저 엉망이었다. 14경기 3승8패 평균자책점 6.85로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냈다. 64⅓이닝 동안 홈런 15개를 맞아 9이닝당 피홈런이 2.1개에 달했다.
로돈은 계약 당시부터 위험 부담이 매우 큰 선수로 평가됐다. 앞서 8시즌 중 규정이닝은 2시즌에 불과했다. 커리어 초반부터 어깨와 팔꿈치 수술로 재활 기간이 길었던 ‘인저리 프론’이었다. 우려대로 계약 첫 해부터 부상을 반복하고, 부진을 거듭하면서 양키스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올해 양키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있어 가장 큰 원흉으로 꼽힌다.
선발투수 보강 필요한 양키스, 왜 류현진 후보로 꼽혔나
이런 상황에서 미국 ‘뉴욕포스트’는 30일 양키스 팀 재건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FA 및 트레이드 옵션으로 여러 선수들을 지목했다. 기사를 작성한 조엘 셔먼 기자는 류현진이 양키스에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 기사에서 셔면 기자는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를 영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4년간 1억1800만 달러 잔여 계약이 남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있어 오타니와 지명타자 자리가 겹치고, 수년간 부진하다 올해 반등한 벨린저를 두고선 로돈처럼 큰 리스크를 안는 계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성 있는 선수 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셔먼 기자는 양키스가 팀에 부족한 선발투수와 좌타자 영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돈이 뉴욕에서 2년차 시즌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네스터 코르테스가 건강을 찾아 올스타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클라크 슈미트가 4~5선발로 활약할 수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던진 뒤 ‘베테랑 선발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키스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너무 큰돈을 쓰지 않고, 유망주 출혈 없이 플레이오프 경쟁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프랭키 몬타스와 루이스 세베리노와 1년 재계약을 시도할 수 있지만 현재 팀에선 두 선수와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크다. 재계약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2019년 양키스 에이스로 활약했던 세베리노는 거듭된 부상으로 하락세가 뚜렷한데 올해도 광배근, 복사근 부사 여파로 19경기(89⅓이닝) 4승8패 평균자책점 6.65로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8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양키스로 온 몬타스도 이적 후 8경기(39⅔이닝) 1승3패 평균자책점 6.35로 부진했고, 올해는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두 투수 모두 시즌 후 FA가 된다.
결국 외부 FA 시장을 통해 베테랑 선발을 영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대상이 바로 류현진과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 셔먼 기자는 ‘류현진과 마에다는 각각 37세, 36세가 되는 내년에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36세가 되는 카일 깁슨(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영입 후보 중 한 명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