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벌써 열흘 전이다. 눈길 끄는 코멘트가 흘러나온다. 출처는 1위 팀이다.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면서,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그들 아닌가.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별일이다. 큰 골칫거리가 생겼다. 핵심 전력의 불투명한 상황 때문이다.
불만 섞인 표정의 주인공은 사령탑이다. 염경엽 감독이 잔뜩 못마땅한 소리를 한다. 취재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얘기다. 많은 매체가 보도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애덤) 플럿코에게 최대한 몸을 빨리 만들어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10월 초 이전에는 무조건 와야 한다. 그래서 2~3번 정도는 실전 등판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판단하고 포스트시즌에 기용할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평범한 톤이 아니다. 부상 선수의 스케줄에 대해 이렇게 대놓고 압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다음 얘기는 한 옥타브가 더 올라간다.
“만약 정규시즌 등판이 제대로 안 되거나, 1경기 정도 던지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쓰지 않겠다. 나는 (선수들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그런 감독 아니다.”
단호하고,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충격 요법이 통했나? 며칠 뒤 변화가 생긴다. 당사자가 1군에 합류했다. 모처럼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그리고 잠실 구장 불펜에도 들어갔다. 26개를 던지며 상태 점검도 했다. 김경태 투수 코치,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유심히 지켜봤다.
염 감독이 고무됐다. “(불펜에서 던지는 것을) 내가 봤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내일 던져도 되는 몸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일정도 알린다. “10월 2일 KT전 선발”이라고 못 박았다. 역시. 공개 경고가 제대로 통했군.
하지만 아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달라진다. 점점 비관적인 상황이 전해진다. 염 감독의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아직 (등판) 날짜는 안 잡혔다. 10월 2일에 준비하라고 얘기했는데 진행되는 걸 봐야겠다. 조금 늦춰질 거라고 본다. (최대한 빨리 되도록) 가능한 앞으로 (날짜를) 얘기해 놓은 거다. 그래야 압박을 받을 테니까.... 준비하면서 느낌이나 이런 것을 봐야 된다.” (26일 경기전 브리핑에서)
그러면서 단서 하나를 잊지 않는다. “무조건 정규 시즌에 한 번은 던지게 할 것이다. 내가 확인해야 남은 기간에 준비시킬 수 있다. 확인이 돼야 하니까 던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도 2~3일 사이에 바뀐다. 예정된 등판이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이다. 29일 두산전을 앞두고 염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남은 정규시즌 동안 플럿코의 출전이 힘들어 보인다. 본인 몸이 가장 중요한 선수라 어쩔 수 없다.”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부상 선수의 복귀를 놓고 감독이 공개적이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한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선수의 의사를 꺾지 못한 셈이다. 몰아붙인 사람만 민망하게 됐다.
물론 염 감독이 괜히 그랬을 리 없다. 강공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 겪은 일을 알기 때문이다. 막판 한 달을 남기고 담 증세를 호소했다. 그리고 실전 점검 없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 투입됐다. 여기서 1⅔이닝 동안 6실점으로 무너졌다. 2~3번은 던져봐야 한다는 조건이 등장한 이유다.
납득이 어려운 점은 또 있다. 의학적 판단의 근거다. 정황을 종합하면 이견이 존재한다. 국내 의료진은 괜찮다는 소견이다. 그러나 구단 측 설명은 플럿코의 미국 주치의가 반대한다는 것이다. 의료적 이슈는 당연히 구단의 관리하에 이뤄져야 한다. 제3의 의학적 소견이 통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시리즈다. 사례를 따지면 70%가 넘는 확률이라지만,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플럿코 문제에 대한 트윈스와 염 감독의 대응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안 그래도 부상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이슈다. 크게 확대해서도 안 되고,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칫 팀이나, 당사자에게 불리한 정보 노출일 수 있다. 또 있다.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된다고 했다가 안 되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굳이 미디어에 공개하고, 선수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더하게 만들었다. 의심스러운 전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처리해야 맞다. 괜히 감독과 선수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서 득이 될 건 없다. 그것도 성공했으면 모른다. 계속 말이 바뀌며 팬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모르겠다. 플럿코의 진실은 본인만 알 것이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그건 부수적인 일이다. 핵심은 팀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압도적인 전력과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언더독이 원하는 것은 어수선함이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흔들림이 클수록 변수가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부상자를 압박하는 멘트, 이탈 이유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분위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방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다.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매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그중 하나가 리더의 ‘메시지 관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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