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바꿨다. 류현진(36) 자리에 기쿠치 유세이(32)가 들어왔다. 가을야구를 하루라도 빨리 확정해야 할 토론토의 절박함이 담긴 결정이었다.
토론토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 선발투수로 기쿠치를 예고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류현진이 나설 차례이지만 기쿠치의 등판이 하루 앞당겨졌다. 기쿠치는 지난 25일 탬파베이전 이후 4일 휴식을 갖고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9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토론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늦어도 10월1일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는 것이다’며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을 쓰기 위해선 가능한 빨리 가을야구 확정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승리에 대한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탬파베이 3연전 첫 날 선발을 류현진 대신 기쿠치로 바꾸며 로테이션에 변화를 줬다. 10월1일 선발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유동적이다 보니 토론토는 10월1~2일 탬파베이전 선발을 아직 예고하지 않았다. 캐나다 ‘스포츠넷’에선 ‘류현진의 등판이 10월1일 두 번째 경기로 미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토론토의 이번 결정은 조금이라도 더 승산이 높은 기쿠치를 하루 먼저 내세워 가을야구를 빨리 확정짓는 데 목적이 있다. 류현진은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쳐 8월초 비리그 복귀 후 10경기(49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3.31로 건재를 알렸지만 지난 24일 탬파베이전에서 4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올 시즌 가장 부진한 투구를 펼쳤다.
기쿠치는 올해 31경기(162⅔이닝) 10승6패 평균자책점 3.82로 2019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탬파베이전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고전했지만 통산 전적은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좋았다.
류현진도 탬파베이전 통산 6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72로 나쁘지 않았지만 토론토 코칭스태프는 기쿠치를 당겨쓰기로 했다. 최근 구위나 폼으로 봤을 때 조금 더 승산이 있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마지막 3경기를 남겨둔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 확정 매직넘버 ‘2’를 남겨둔 상태. 이날 토론토가 탬파베이를 꺾고, 시애틀 매리너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패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토론토로선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0월1일 선발등판이 유력한 류현진의 부담감이 커진다. 류현진에서 끝내지 못하면 최종전 때 결국 가우스먼을 선발로 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와일드카드 시리즈도 크게 꼬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