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나미 신타로(29·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보다 먼저 메이저리그 샴페인을 터트릴 거라고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됐을까. 두 달 전 트레이드가 꼴찌팀 골칫거리의 야구 인생을 180도 바꿨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2년 전 110패(52승) 불명예 속에 지구 꼴찌 수모를 겪은 볼티모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통산 10번째 지구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100승(59패) 고지를 밟으며 구단 통산 6번째 100승 시즌까지 이뤄냈다.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또한 이날 샴페인 파티에 참석해 주황색 우승 티셔츠를 입고 지구 제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오클랜드에서 볼티모어로 트레이드 이적한 게 큰 행운이었다. 이적하자마자 팀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줬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후지나미는 고교 시절부터 160km 강속구를 던지며 오타니의 라이벌로 불렸던 선수다.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통산 189경기 57승 54패 평균자책점 3.41을 남긴 후지나미는 2022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고, 올해 1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1년 325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후지나미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한 오클랜드의 애물단지였다. 100마일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빅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34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8.57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49⅓이닝 동안 볼넷 31개를 내줬고, WHIP도 1.66에 달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런 선수가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왔는가”라고 비아냥댔다.
지난 7월 20일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로 전격 트레이드된 후지나미는 이적을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오리올스맨이 된 뒤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며 승리조로 보직이 승격됐고, 28경기 2승 무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88의 반전투를 앞세워 팀의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후지나미는 이날 샴페인을 터트릴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후지나미는 “이제 팀이 월드시리즈로 향해 우승반지를 거머쥐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는 데 하나라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한편 후지나미가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이달 초 시즌을 접고 수술을 받았다. 여기에 소속팀 에인절스의 잇따른 부진으로 2018년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결국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타니의 라이벌이 오타니보다 먼저 샴페인을 터트렸다. 이래서 야구도 인생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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