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4연패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또 하나 생겼다. 미국 마이너리거가 대거 포함된 대만이 최대 경계대상으로 꼽히는 가운데 사회인야구 선수로 꾸려진 일본 또한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 388경기 출전에 빛나는 다자와 준이치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일본 ‘주간 베이스볼’ 온라인판은 최근 “2명의 레전드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팀 사기를 높이고 있다”라며 일본 야구대표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소식을 전했다.
일본은 늘 그래왔듯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24인을 모두 사회인야구 선수로 꾸렸다. ENEOS, 도요타, 혼다, 도시바, 도쿄가스 등 일본 굴지의 기업에 속한 투수 9명, 포수 3명, 내야수 6명, 외야수 6명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일본은 지난 25일부터 사이타마현에서 사흘간 합숙 훈련을 실시한 뒤 28일 결전의 땅인 항저우로 향했다.
사회인야구라고 결코 만만히 볼 전력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닌, 대부분의 선수들이 학창시절부터 엘리트 야구를 경험했고, 이들 중에는 프로 지명을 노리는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1983년생부터 2000년생까지 엔트리의 연령층도 고루 분포돼 있다.
류중일호가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는 일본 사회인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다자와 준이치(37)다. 다자와는 고교 졸업 후 석유 회사인 ENEOS로 향해 입사 4년차인 2008년 팀의 도시대항전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388경기(395⅓이닝) 21승 26패 평균자책점 4.12의 커리어를 남겼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7년, 마이애미 말린스 2년, LA 에인절스에서 1년을 보냈고, 2013년 보스턴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2018년을 끝으로 빅리그 생활을 마감한 다자와는 대만, 멕시코 등에서 뛰다가 지난해 9월 14년 만에 ENEOS 사회인야구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며 2007년 IBAF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일장기를 가슴에 새겼다. 다자와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쌓은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남겼다.
주간 베이스볼이 주목한 또 다른 선수는 1983년생 베테랑 사타케 가츠토시다. 도요타 소속의 사타케는 지난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다. 일본 현지에서 ‘미스터 사회인’으로 통하는 선수로, 2006년 입사 이후 도시대항전 2회, 사회인 일본선수권대회 6회 우승을 비롯해 2014년과 2016년 사회인야구 베스트9, 다승,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경력이 있다.
사타케는 “아시안게임은 일본 사회인야구 선수들에게 가장 큰 국제대회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금메달이 없는데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주간 베이스볼에 따르면 일본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지난 26일 일본통운과의 연습경기에서 12-4 대승을 거뒀다. 당시 사타케, 다자와의 등판은 없었지만 이들은 사전 훈련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벤치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주간 베이스볼은 “대표팀 선수들 모두 살아있는 교재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1994년 이후 아시아 왕좌 탈환을 위해 두 레전드가 대표팀 사기를 높이고 있다”라며 “일본은 항저우에서 아시아 3강을 형성하는 한국, 대만과 금메달 경쟁이 예상된다. 가장 믿을 만한 베테랑 투수 2명의 투구에 관심이 쏠린다‘라고 전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라운드 예선을 통과해야 일본과 만날 수 있다. 결승 진출을 좌우할 슈퍼라운드 일본전 또한 1라운드 대만전과 마찬가지로 총력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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