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신뢰가 없었다면 KBO리그 역대 14번째 5년 연속 10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LG 효자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34)가 거듭된 부진에도 교체 없이 동행을 결정한 LG 구단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켈리는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10번째 승리(7패)를 신고했다. KBO리그 역대 14번째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켈리는 “기분이 굉장히 좋다. 올해는 원하는 대로 시즌이 흘러가지 않아서 몇 가지 기록 달성이 불확실했는데 나 자신을 믿었고,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파악한 뒤 그걸 잘해내려고 노력했다”라며 “팬들, 코칭스태프, 동료들 모두 지지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감격의 10승 소감을 전했다.
켈리는 2019년 LG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승을 비롯해 통산 58승을 올리며 트윈스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5년차인 올해는 효자 외인답지 않은 투구가 이어졌다. 4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을 시작으로 6월 1승 1패 평균자책점 4.73, 7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5.11의 부진이 거듭되면서 한때 퇴출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방황하던 켈리는 8월 말이 되자 마침내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8월 24일 롯데전 6이닝 무실점 승리로 반등 계기를 만든 그는 9월 들어 켈리다운 제구력과 커맨드를 되찾으며 월간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의 성적을 냈다.
켈리는 “시즌 초반에는 뭔가 잘 맞지 않았다. 자꾸 공이 벗어난다는 느낌을 받아서 투구 리듬, 타이밍, 커맨드, 제구 등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되돌아보며 “지난달부터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안 좋았을 때 경기를 보면 커맨드가 일정하지 않아 볼넷을 많이 내줬는데 최근 볼넷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구위, 커맨드, 제구 모두 좋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5년 연속 10승에 대한 의미도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퇴출설을 딛고 따낸 10승이기에 지난 4년의 10승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켈리는 “오늘 10번째 승리가 가장 달콤한 승리가 아닐까 싶다. 기록 달성이 확실치 않았는데 달성해서 기쁘고 그 배경에는 동료들의 좋은 수비와 득점 지원이 있었다. 난 그저 긴 이닝 소화, 공격적 투구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실행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완벽하게 부활한 잠실 예수는 이제 한국시리즈 1선발을 바라본다. LG는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를 6까지 줄이며 2002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은 켈리는 LG의 포스트시즌 1선발 유력 후보이며, 염경엽 감독도 최근 이와 관련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켈리는 “그런 상황이 되면 놀랍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으신 것 같아서 선수로서 기분이 좋다”라며 “이르긴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 된다면 책임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굉장히 신나고 기대된다. 행복할 것 같다”라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5년 연속 10승, 한국시리즈 1선발 구상 모두 LG가 켈리와의 동행을 결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켈리는 “구단에서 날 믿어주시고, 끝까지 가겠다는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 동시에 내가 한국어 기사와 뉴스를 읽지 못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며 “사실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운동과 훈련에만 집중했는데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반전을 이뤄낸 것 같다”라고 구단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은 인생을 살면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구단은 늘 팀에게 최선이 되는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따르는 건 당연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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