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밀어붙여 싸우고 오길.”
통산 117승 레전드 투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에 나가는 후배들을 응원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항저우로 떠났다.
통산 117승 레전드 투수는 지난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뛰며 KBO 308경기 등판해 117승 9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이다.
윤 위원에게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놓고 싸워야 하는 후배들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 딸 윤지수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마침 류증일호가 항저우로 떠나기 전, 윤 위원의 딸 윤지수가 지난 26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중국의 사오야치를 15-10으로 꺾고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윤지수는 한국이 처음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2014년 인천 대회부터 활약 중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2연패를 할 때도 윤지수는 대표팀에서 뛰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대회에서는 단체전 첫 동메달을 차지할 때도 있었다.
개인전 금메달은 처음이다. 윤지수는 2014년 인천 대회 이라진 이후 9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 주인공이기도 하다. 윤 위원은 딸의 금 사냥에 “한 건 했네”라며 “딸이 금메달을 따니 아무래도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윤 위원은 “나는 아무래도 야구에 더 관심이 많다”며 후배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잘 치고 잘 던지고 오길 바란다. 조금 힘들더라도 밀어붙여 싸우고 오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언도 했다. 윤 위원은 “요즘 투수들은 너무 구속만 끌어 올리려고 한다. 제구가 안되면 무슨 소용인가. 포수가 요구하는대로 던지는 투수가 몇 없다. 힘으로만 넣으려고 하는데, (스트라이크존에) 넣지 못한다. 즉 제구가 안된다는 것이다. 너무 구속에만 중점을 두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롯데 후배’ 박세웅, 나균안(이상 투수)을 비롯해 태극마크를 단 후배들이 너무 힘에 의존한 투구만 하지 않고 제구력을 보여주면서 싸우길 바라는 것이다.
윤 위원은 현역 시절 완투만 100회를 했다. 이 부문 한국 프로야구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무쇠팔’ 최동원(81회)보다 많다.
또 1863⅔이닝으로 역대 12번째로 많이 던졌는데, 볼넷은 487개뿐이다. 9이닝 당 볼넷이 2.35개로 상당히 좋았다. 현역 투수 중 윤 위원처럼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선발 투수 중에는 ‘고퀄스’ 고영표(KT), 최원준(두산)이 제구력 좋은 투수로 꼽힌다. 고영표는 9이닝당 볼넷 비율이 외국인 투수 제외하면 은퇴 투수들까지 통틀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투수들 모두 윤 위원의 제구력에 견줄 수 없다. 윤 위원이 대단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역 투수들이 고민해야할 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합 우승 후 올해 힘겹게 5강 생존 싸움 중인 SSG 랜더스는 이 문제로 고민이 큰 팀이다. 볼넷이 568개로 10개 팀 중 압도적으로 많은 팀이다. 볼넷 남발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윤 위원은 롯데 출신으로 박세웅, 나균안 포함 후배들이 딸처럼 금 사냥에 성공하길 바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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