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티켓으로 달랠까?
KIA 타이거즈의 좌완 이의리가 반전의 호투를 했다. 지난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등팬해 7이닝을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6-1 승리를 이끌고 지난 8월16일 키움전에서 6이닝 1실점 이후 5경기만에 거둔 11승째를 따냈다.
올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단 77구로 7이닝을 소화하는 완벽투였다. 이렇다할 위기도 없었다. 볼넷 1개에 불과할 만큼 제구력도 남달랐다. 5회 유일하게 선두타자 서호철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곧바로 2루 병살로 솎아내며 일사천리고 전광판에 영의 숫자를 채웠다.
볼에 힘이 넘쳤다. 최고 150km짜리 직구를 61개 던졌다. 77개의 공 가운데 패스트볼만 80%에 가까운 비율이다. 힘으로 NC의 강타선을 제압했다. 슬라이더 10개 커브 4개 체인지업 2개를 섞었다. 마운드에서 결연한 표정도 호투를 뒷받침했다. 호투를 했어야만 하는 경기였다.
지난 2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소집을 하루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서 낙마했다. 대표팀은 이의리를 제외하고 롯데 외야수 윤동희로 교체했다. 류중일 감독은 "물집상태가 80구를 던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8월12일 승리 이후 4경기에서 부진에 빠졌다. 어깨통증과 손가락 물집 등 부상이슈가 생기자 못미더웠던 모양이었다.
항저우 대표팀 합류를 준비했던 이의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탈락이었다. 대신 결기를 갖고 마운드에 올랐고 아쉬움과 서운함을 담은 피칭을 했다. 류감독이 염려를 완벽하게 씻어내는 호투였고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이제 결정은 돌이킬 수 없었다. 동료들의 금메달을 응원하며 리그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기후 이의리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탈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 계속 경기를 나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때문에 계속 부진하면 팀에도 마이너스이고 저에게도 마이너스, 그리고 대표팀 동료들한테도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잘 던지는 게 모두 플러스인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아쉬움을 성장의 에너지로 승화시킨 것이다.
KIA는 이의리의 반전의 호투가 안타까우면서도 반갑다. 양현종이 지난 24일 KT를 상대로 팀 13경기만에 퀄리티스타트를 할 정도로 선발야구가 되지 않았다. 8월 이후 부진했던 이의리가 자신의 구위를 되찾는다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이의리도 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을 가을티켓으로 달랜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