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만에 훌쩍 컸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21)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논란의 중심에 서서 원치 않았던 상처를 받았고 의도하지 않은 성장통을 겪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던 이의리는 지난 22일, 최종적으로 낙마했다.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기준으로 삼았고 이의리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의리는 다소 억울하게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이의리는 8월 말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뒤이어 왼쪽 손가락 물집 문제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의 상태를 끝까지 주시했다. 그런데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류중일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1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4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후 교체가 확정됐다.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기자회견에서 “이의리 선수가 마지막으로 교체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 “이의리가 보름 전에 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되는 걸 봤다. 책임 트레이너가 계속 체크를 했다. 일주일 후 손가락 모습을 체크했고, 21일 이의리가 선발 등판하길래 직접 갔는데 보는 시야는 조금 다르겠지만 던지기 전의 물집 모습, 그날 2이닝 채 못 던졌는데 그 이후 물집 모습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 좌완투수다. 대만전, 일본전을 맡아야할 주축 선수인데 내 눈에는 그랬다. 이 물집 상태로 과연 선발투수로 7~80개 이상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발투수가 80개 이상 못 던진다고 판단했기에 교체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리는 더 이상 물집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22일 대표팀 탈락 소식이 전해지고 약 일주일이 지난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 선발 등판해 7이닝 77구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의리로서는 상처로 가득했던 지난 일주일이었다.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탈락 소식을) 구단을 통해서 들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대표팀 쪽에서 아직 연락 한 통 받은 것은 없었다"라면서 "제가 실력이 안돼서 탈락이 된 것일수도 있고 아프다고 해서 탈락이 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을 통해 소식을 들었던 게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모두 참가하면서 국가대표 미래의 좌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논란으로 이의리는 국가대표로서 가졌던 자부심이 허탈함으로 변했다. 이의리는 "제 인생에서 이번 논란이 홀가분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평생의 상처로 남은 듯 했다.
그래도 이의리는 서운한 감정과 상처를 통해서 더욱 성숙해졌다. 그는 "아쉽지만 이 감정을 티를 안 내야지 프로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계속 생각하는 순간 팀에도 민폐고 저에게도 마이너스다.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또 대표팀에 뽑힌 동료들에게도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경기에서 잘 던지는 게 팀 동료들, 그리고 대표팀에 있는 동료들에에게도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얘기 안나오게끔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IA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이의리의 아픔을 위로했고 함께 분노했다. 그는 "형들도 많이 분해 하셨다. KT 고영표 형이나 (나)성범 선배님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경험일 것이다'라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제 이의리는 아시안게임은 잊고 KIA를 위해 몸을 바칠 예정이다. KIA도 가을야구 여정이 급한 상황. 이의리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심리적인 부분은 제가 신경써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집중을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투수' 양현종(35)의 후계자는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훌쩍 성장했고 성숙해졌다. 이의리에게 잊을 수 없는 일주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