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달려왔다. NC 다이노스 좌완 에이스 구창모(26)는 초고속 재활 과정을 밟고 돌아왔지만 또 다시 부상에 소리 없이 울어야 했다.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고 달려온 구창모는 이제 자칫 커리어 전체를 걱정해야 한다.
구창모는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포함되기 위해 부지런히 재활을 했던 구창모였다. 왼팔 척골 피로골절에서 회복해서 다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최성영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2⅓이닝 39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찍혔다. 이날은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이었다.
1군 레벨 적응과 컨디션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대표팀에서는 탈락했지만 NC의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건강한 구창모가 다시 선발 로테이션이 합류하는 게 중요했다. 선발 투수로 빌드업을 해 나가는 단계. 강인권 감독은 27일 KIA와의 더블헤더 1차전을 앞두고 “ 송명기 뒤에서 두 번째로 생각을 하고 있다. 송명기가 5회 이상을 던져준다면 다시 고려를 해보겠지만 초반에 어려움을 겪거나 타이트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빨리 투입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송명기가 5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이후 구창모가 곧바로 투입됐다. 두 번째 재활 등판. 예정된 최대 투구수는 60개였다. 6회부터 8회 1사까지 7타자 연속 범타였다. 여차하면 4이닝 세이브도 할 수 있었다. 이 페이스라면 4이닝 60구 언저리가 맞춰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재앙의 신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8회 선두타자 박찬호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창진을 3루수 포구 실책, 대타 김호령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2루 위기에서 김도영에게는 초구 2구, 포크볼을 던져서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하지만 3구 째를 던지고 구창모는 다시 이상 동작을 취했다. 지난 6월2일 잠실 LG전 당시 부상에서도 비슷한 동작을 취한 바 있다. 왼팔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상태를 체크했다. 이때 공을 쥔 손이 떨릴 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구창모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울먹거리는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힐 정도였다. 그만큼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직감했다. 이날 44개의 공을 던졌고 패스트볼 최고 145km까지 찍었다. 패스트볼 24개, 포크볼 15개, 슬라이더 4개, 커브 1개를 던졌다. 최종 기록은 2⅓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결국 더블헤더 2차전이 끝나고 NC에 절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구창모는 구단 지정병원 청아병원 응급실로 이동해 X-ray, CT 촬영 결과 왼팔 척골 피로골절 재골절 진단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구창모는 아시안게임만 바라보면서 무리하고 빡빡한 재활 스케줄을 진행했다. 2020년 정규시즌 전반기 막판에 첫 번째 척골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고 재활을 거듭하다가 한국시리즈 막판에 돌아와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다시 재활 과정을 거쳤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2021년 척골 피로골절 판고정술을 받았다. 골반 뼈의 세포를 이식해서 골밀도를 채우는 수술이었다.
1년 여의 재활을 거쳐서 2022년 돌아왔고 19경기 11승5패 평균자책점 2.10(111⅔ 이닝 26자책점) 29볼넷 108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수술 이후 건강한 구창모에 대한 확신은 생겼다. 그리고 NC와 6+1년 132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다.
모처럼 개막 선발진에 포함되어 치른 시즌. 하지만 6월 2일, 왼팔 전완부 굴곡근 미세손상 부상을 당했고 이후 척골 피로골절 소견을 받았다. 구창모로서는 여러모로 불운한 부상이었다. 올해 당한 부상 부위는 2020년 부상을 당했던 부위와는 달랐다. 왼팔에 철심을 박았는데 그 부위에 피로골절이 일어났다. 재발한 부위는 6월에 부상을 당한 부위와 같았다.
재활이 리셋 됐다. 돌이켜보면 아시안게임 하나만 바라보고 재활 속도를 빠르게 가져갔다. 8월 중순부터 캐치볼과 롱토스 단계에 돌입했다. 그리고 9월 초에 들어서는 사이드 피칭에 불펜 피칭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이틀 간격으로 불펜 피칭을 했고 라이브 피칭, 그리고 2군 실전 피칭도 빠르게 이어졌다. 구단 안팎에서 바라보는 구창모의 재활 스케줄은 우려로 가득했다. 그만큼 초고속이었다. 아시안게임만 바라봤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참가가 무산됐다. 남은 것은 NC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구창모가 불펜으로 복귀를 했지만 투구수는 늘려가는 과정이었다. 선발 투수로의 복귀를 염두에 둔 빌드업이었다. 그러나 이 빌드업 단계가 견고하지 못하자 선수도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좌절감에 휩싸였다.
NC 입장에서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애지중지했고 또 신경을 썼던 토종 에이스 자원이 다시 한 번 부상으로 이탈했고 시즌 아웃 위기에 놓였다. 시즌 아웃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선수 커리어 자체가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구창모와 NC는 에이스 재목을 잃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