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을 주전으로 키워낸 밥 멜빈(62)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이 3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떠올랐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후 거취가 불투명한 감독들을 다루며 멜빈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지난 2021년 11월 샌디에이고와 3년 계약을 맺은 멜빈 감독은 2024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올해 성적 부진에 A.J. 프렐러 단장과 불화설이 불거져 입지가 불안해졌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의 한 선수는 멜빈 감독과 프렐러 단장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다”고 표현했다. 2014년 8월부터 10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프렐러 단장은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성적 부진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멜빈 감독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멜빈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89승73패(승률.549)로 팀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린 뒤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꺾고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우승 후보로 큰 기대를 모은 올해 78승80패(승률 .494)로 포스트시즌 탈락 직전까지 왔다. 5월12일 이후 한 번도 5할 승률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시즌이다.
디애슬레틱은 ‘프렐러 단장이 멜빈 감독을 해고할 경우 10년 사이 6번째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 대부분의 단장은 그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해고된다’며 ‘프렐러 단장은 사이들러 구단주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샌디에이고 CEO 에릭 그룹너는 구단 전체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룹너는 지난 23일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 더 팬’과의 인터뷰에서 “승리는 많은 것을 덮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모든 게 드러난다. 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항상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총체적인 구단 평가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에 따라 프렐러 단장과 멜빈 감독의 거취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더 이상 동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일 디애슬레틱은 현장에 일일이 관여하며 곳곳에 ‘스파이’까지 심어놓은 프렐러 단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코치진을 향한 질타까지 이어지면서 멜빈 감독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다. 올해로 감독 생활만 20년차인 멜빈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만 3번 받은 명장이다.
한 선수는 “프렐러는 최고의 재능 평가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직 코치는 “프렐러는 자신이 영입한 슈퍼스타들을 밀어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멜빈 감독에 대해선 선수들 대부분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베테랑 유격수 잰더 보가츠도 “훌륭한 감독이자 훌륭한 사람이다. 소통 방식도 탁월하다”며 멜빈 감독을 지지했다.
김하성도 멜빈 감독이 온 지난해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김하성은 “감독님이 바뀐 뒤 플레잉 타임이 늘었다. 감독님은 항상 나를 믿어주고 배려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김하성 입장에선 자신을 잘 알고 신뢰하는 멜빈 감독과 동행이 이어지는 게 좋지만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김하성으로선 자신을 데려온 단장과 주전으로 키워준 감독의 대립이라 마음이 꽤 복잡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