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실책이 몇개고?"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상무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다.
류 감독은 경기에 앞서 진행된 공식 훈련에서 2루 베이스 쪽으로 향해 수비 훈련 중인 박성한과 김주원을 직접 지도했다. KBO리그 유격수 레전드 출신인 류 감독이 대표팀의 야전 사령관을 책임져야할 두 선수에게 수비 안정을 위한 ‘꿀팁’을 전수한 것.
류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내 포지션이 거기다. 그래서 안 좋은 게 다 보인다. 내 전문 분야라서 지도했다”라며 “박성한, 김주원이 올해 실책이 몇 개냐고 물어보니 19개, 29개라고 하더라. 너무 많다”라고 선수들에게 직접 다가간 배경을 설명했다.
류 감독은 구체적으로 “수비하는 걸 보니 던지기 전에 잡는 게 빠르다. 다리 힘을 못 모으니까 정확한 송구가 안 된다. 둘 다 올해 송구 에러가 많다고 하더라. 그 이유가 뭐냐면 잘 못 잡아서 그렇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장자리로 잡아야 한 번에 던질 수 있는데 그렇게 못 하니 안 된다”라며 “예를 들어 박진만 감독은 아주 여유 있게 잘했다. 현역 때 모습을 보면 지금 두 선수와 안정감에서 차이가 난다. 실책이 너무 많다. 이 좋은 땅에 19개, 29개가 뭐고”라고 대구 사투리를 섞어 가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KBO리그 통산 1095경기에 빛나는 류 감독만이 갖고 있는 캐치 노하우가 있을까. 류 감독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왼손 검지로 잡는다. 그런데 요즘 선수들은 검지를 글러브 바깥으로 낸다. 나는 내는 걸 정말 싫어한다. 손이 조금 아프더라도 글러브 안에 넣어야 한다. 이 감각으로 잡는 것이다. 요즘 선수들은 아픈 걸 싫어한다. 난 아픈 걸 참고 잡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집어 넣어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수비 때 주자가 슬라이딩 들어오면 태그할 때 손가락이 꺾여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아파도 안 냈다”라며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거의 다 뺀다. 물론 습관이라서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삼성 코치 시절 우리 내야수들은 다 넣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레전드 유격수의 지도를 직접 받은 선수들은 하나 같이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주원은 “감독님께서 직접 지도를 해주셨는데 실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워가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김혜성(2루수)-최지훈(중견수)-노시환(3루수)-강백호(지명타자)-문보경(1루수)-김형준(포수)-박성한(유격수)-최원준(우익수)-김성윤(좌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곽빈이며 3이닝 동안 실전 감각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어 원태인(2이닝)-장현석(1이닝)-정우영(1이닝)-고우석(1이닝)이 차례로 나서며 승부치기(무사 1, 2루)로 치러지는 9회는 박영현이 담당한다. 승부치기 제도가 있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하기 위해 9회를 일부러 승부치기 상황으로 설정했다.
류중일호는 상무 구단에 양해를 구해 상무 라인업에도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상무 선발투수로 문동주(3이닝)가 출격하며 나균안(2이닝), 김영규(!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오른다. 이어 상무 투수가 7회와 8회를 담당한 뒤 승부치기가 펼쳐지는 9회 최지민이 등판하는 플랜이 잡혔다.
상무 라인업의 4번까지도 대표팀 선수가 담당한다. 윤동희(우익수)-김주원(유격수)-김지찬(2루수)-김동헌(포수)이 1~4번 타순에 배치됐다. 5~9번은 상무 소속 선수가 배치될 예정.
류중일호는 27일 최종 연습을 거쳐 28일 결전지인 중국 항저우로 출국한다. 대만, 홍콩, 예선통과국(태국, 라오스, 싱가폴)과 B조에 속한 류중일호는 1일 홍콩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일 대만과 두 번째 경기, 3일 예선통과국과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각 조 2위까지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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