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소집 하루 전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단 롯데 2년차 외야수 윤동희가 선배의 이별 선물을 고이 품고 항저우로 향한다. 안권수의 장갑은 아시안게임 4년 연속 금메달의 부적이 될 수 있을까.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윤동희는 팀 선배 안권수가 대표팀 소집에 앞서 준 특별 선물을 공개하며 이와 관련된 애틋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동희는 “아시안게임을 다녀오면 (안)권수 형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형이 마치 이별하는 것처럼 장갑 선물을 주셨다. 안권수라는 이름에 등번호 0번이 새겨진 장갑이다. 무슨 유품도 아니고…”라고 웃으며 “이걸 왜 주시냐고 물었더니 다시 못 볼 수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날짜를 보니까 다녀와도 형을 다시 볼 수 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2023시즌을 마치고 고국 일본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뛰려면 군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그의 신분이 일본에 가족이 있는 재일교포라 그럴 가능성이 낮다. 그런 가운데 아끼던 후배 윤동희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하루 전날 이의리의 대체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에 자신의 아끼던 장갑을 선물했다.
윤동희는 아시안게임에서 안권수가 준 장갑을 끼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를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의 염원을 담은 ‘부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윤동희는 “이런 장갑은 끼는 게 아니다. 부적처럼 잘 갖고 있어야 한다”라며 “(안)권수 형한테 올해 많이 배웠다. 좋은 선배이자 형이라 내년에 같이 못하게 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안권수의 장갑과 함께 대표팀에 합류한 윤동희는 워낙 급하게 발탁된 터라 첫 훈련 때 유니폼을 지급받지 못했다. 윤동희는 등번호가 없는 대표팀 상의 유니폼에 롯데 하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하다가 작년 U-23 대표팀에서 입었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남은 1일차 훈련을 소화했다.
윤동희는 “오히려 신박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뜻 깊기도 하다. 롯데 바지에 마킹 없는 대표팀 상의를 입고 언제 훈련해보겠나. 그렇게 좋게 생각하겠다”라며 “대표팀 적응은 순조롭다. 평소 경기하면서 봤던 형들이 어렵지 않게 대해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영현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긍정의 힘을 뽐냈다.
윤동희는 야탑고를 나와 2022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3라운드 24순위로 입단한 우타 외야수다. 작년 1군 4경기를 거쳐 올해 100경기 타율 2할9푼6리 2홈런 39타점 OPS .701 활약 속 외야 보강이 필요했던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22일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동희는 “다들 너무 축하해주셔서 많이 힘을 얻었다”라며 “부모님께서 발표 났을 때 너무 좋아하셨다. 이른 나이인데 올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부모님이 날 안아주시면서 ‘고생했다, 장하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기뻐했다.
극적인 대표팀 승선을 이뤄냈지만 윤동희는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했다. 그는 “그냥 아시안게임 가서도 똑같이 하고 싶다. 대표팀 옷을 입었다고 해서 더 잘하고 욕심내기보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고 성숙한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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